몸은 편한데 마음은 힘들었던 시절을 지나 마음은 편한데 몸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폭염이 몰아치다가 갑자기 한기가 밀고 들어오는 지금의 한국 날씨처럼 도대체 중간이 없다. 퇴근 후 맥주 한잔이 유일한 낙인데 그것조차도 끊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창가에 서서 마신 황금빛 넥타르가 어찌나 달콤하던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씁쓸함 속의 감미가 혀를 휘감았다. 모든 것이 저물어가는 시절에 서있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고쳐 깨닫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