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380 통영 벚꽃 시즌 시작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피기 시작. 다음 주 주말 쯤 절정에 달할 것 같다. 2023. 3. 22. 벤투의 스케치북 - 존버거 당시 독일민주공화국의 모든 사람들은 역사를, 역사의 유산과 그 무관심, 모순을 인지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그것에 분개했고, 어떤 이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넘기고 살아남는 데만 집중했고, 소수의 사람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밤낮으로 역사를 마주하면서도 품위있게 살려고 노력했다. - 벤투의 스케치북, 존 버거 이후의 역사는 다들 아시다시피 히틀러의 등장이다.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지고 있었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국민들이 스스로 가장 무능하고 악한 지도자를 선택하고 2차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이런 비극에서, 실패한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지금의 우리나라와 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싶어서 꺼림칙하다. 2023. 3. 22. WHIA 초음파 세척기로 만년필 세척 이런거 하려고 산 초음파 세척기. 오래 안써서 잉크 굳어 있던 만년필들 깨끗하게 세척. 속이 시원하구만. 2023. 3. 22. 윤경희, 분더카머 버려진 것들에서 고통과 더불어 매혹을 느낀다. 시선, 손길,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 그리고 침묵하는 것들에 신경이 쓰인다. 쓸모없고 때 묻고 낡은 것들에 취향이 있다. 빛바래고 망가져 방치된 사물이 지극히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자 풍부한 역사를 간직한 문명의 증거로 보이는 때가 있다. 의미가 희박한 일상의 말들이 시만큼 낯설고 신비하게 들리는 순간이 있다. 어떤 독자도 밑줄 치지 않았을 문장들과 동그라미 치지 않았을 단어들이 그것이 담긴 책 한 권의 무게를 온전히 지탱하는 굽처럼 읽히기도 한다. 내가 그것들에서 감지한 리듬과 그것들이 내게 드러내는 그늘을 신뢰하며, 그것들에 관해 타인들이 먼저 발화한 소량의 말을 참조하면서, 왜 아름다운지 왜 떨리는지 아직은 알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는 까닭을 밝혀내는 .. 2023. 3. 21. 오늘의 길냥이 - 봄이와 만두의 봄 겁은 많지만 사람은 좋아하는 봄이와 만두. 봄날의 화단에서 뒹굴며 노는 모습이 참 예쁘다. 고양이가 있는 노니는 아파트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게 싫어서 신축만 고집한다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말끔하기만 하고 삶이 느껴지지 않는 곳보다 우리 아파트가 훨씬 좋다. . 2023. 3. 20.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고기맛 사천 돈사부일체 이날 모임은 정말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지. 그래도 고기맛은 역대급이었다. 원래 맛있는 집이긴 했지만 이 날처럼 입에 달라붙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때 찍은 몇컷은 영원히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삭제 하다가 고기가 무슨 죄가 있겠냐 싶어 이 사진만 남겨뒀다. 사람은 가도 고기 맛은 남는게 삶, 원래 인생이라는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지 않는가. 조만간 가족들 데리고 한번 가봐야겠다. 이젠 거지 같이 얻어먹지 말고 내 돈 주고 사먹어야지. 2023. 3. 19. 주말 - 청도갈비, 커피올곧,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삐아프(Piaf) 쇼콜라티에 에디션 배럴에이지드 임페리얼스타우트, 충무김밥, 알라딘 에스프레 새 학기 시작하고 나서 허덕이며 살고 있으니 장인, 장모께서 안 돼 보인다고 집 근처 청도갈비에서 생갈비를 사주셨다. 1인분 130g 32000원,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인데 기본 반찬이 많이 나오고 모두 다 깔끔하고 괜찮은 맛인 데다가 고기가 부드럽고 좋았다. 고깃집 답지 않게 면이 부드럽고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았던 냉면도, 고기가 한가득 들어가 있었던 된장찌개도 맘에 들어 다음에 다시 가볼 생각. 이날이 특히 좋았던 건지 이게 평균인건지 몇 번은 가봐야 알 수 있을 테니. 그동안 지인들에게 추천할만한 통영 소고기 맛집이 별로 없어 아쉬웠는데 잘하면 한 군데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전동 커피올곳. JMC바리스타 학원과 붙어있는 카페다. 생긴 지 꽤 됐고 근처를 자주 오갔지만 커피학원에 붙어있는 가게라서 고.. 2023. 3. 19. 도핑테스트 받으면 실격될 듯 - 글루콤, 마그비에 흠뻑 석열씨가 행정상 나이는 2살 깎아줬지만 실제로는 꺾인 40대. 학기 초의 쓰나미 같은 격무는 약물을 힘을 빌어 버텨낼 수밖에 없는 나이다. 마그비, 글루콤.... 도핑 테스트 하면 실격처리 될 듯. 이러나 저러나 3월 한달만 잘 버텨보자. 그 다음은 생각하지 말고. 2023. 3. 18. 나의 진주 - 로스터리 카페 이스 AES 갈때마다 손님이 별로 없어 조용히 즐기고 오고 좋았던 카페 이스(AES). 붉은 벽돌과 나무 소재를 메인으로 만들어낸 조용하면서도 따듯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누군가와 함께 보다는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딱 어울리는 곳. 예가체프와 에스프레소 꼰파냐를 시켰는데 캡슐커피의 직설적인 고소함에 길들여져 있는 (촌스러운) 내게는 너무 강했던 산미. 나쁘다는게 아니라 적응이 좀 필요할 듯한. 문장으로 치면 내간체에 가깝다고 할까.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커피의 복합적인 맛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건 마치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 그 색을 가지런히 놓아가는 듯한 재미랄까? 천한 미각으로 정확하게 맥을 짚.. 2023. 3. 18. 망각의 힘, 이지러지는 기억의 원형들 흘러가는 시간으로부터 힘을 얻는 망각은 사건의 원형을 이지러지게 하며 이윽고 새로운 형태로 조합하여 자리잡게 만든다. 그보다 훨씬 거대한 망각의 찌꺼기에 불과한 기억은 때때로 (혹은 상시) 무기력할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발생했을 당시에 해결하고 그 모든 결과를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수단으로 남겨야한다. 이것이 어떤 일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왜곡으로부터 사건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는 시작부터 실패했고 이제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잊히길 바랬던 일의 주체들은 망각으로 부터 힘을 얻었고 기억하길 바랬던 지사들은 망각으로 인해 정당성을 상실했다. 2023. 3. 17. Just snap - 반가사유인 골동품상 안의 한 사내가 반가부좌를 틀고 현대판 수인을 맺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부처님 손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2023. 3. 16. 봄이 봄에게 동백이 목련에게, 목련이 벚꽃에게 벚꽃이 여린 녹음에게. 그렇게 계절이 흘러간다. 2023. 3. 16. Just snap - 오직 민생 오직 민생이라. 오로지 민생에만 신경썼는데도 물가가 이렇게 폭등하고, 무역수지 적자는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으며 사회약자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은 대폭 삭감되고 있는건가.... 그럼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무능하다는건데. 차라리 오직 민생이라는 말이 상황 모면을 위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쪽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오직 민생이라는 슬로건을 갖다 걸 수 있는 이분들의 멘탈이 존경스럽다. 무능은 불법이 아니니 처벌 받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쓰는 레토릭인가. 정치란 그런 것인가. 아니 애당초 그들이 말하는 국민과 내가 혹은 우리가 아는 국민이 다른 대상인가. 여기서 민생이란 내가 알고 있는 그 민생이 맞는가. 2023. 3. 15. 드라마 마지막회 같은 노래 11시 클래식,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EBS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 진행자인 바리톤 정경이 만든 노래가 있다. 11시 클래식,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이다. 아침에 EBS 영어 방송을 듣다보면 중간 광고에 노래의 일부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아 애써 찾아 듣게 됐다. 노래 가사 전체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바치는 세레나데 같지만 정경이라는 사람의 삶이 그리 평탄치 않았기에 그것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른 자신의 지난 날을 회고 하는 듯한 중의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노래의 핵심 가사인 이 부분은 르누아르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질곡이 많았던 인생이었지만 삶을 긍정하고 아름다움을 남기려했던 그의 마음이 읽힌다. 때로는 잔물결이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넘어 평온의 항구에 도달한 항.. 2023. 3. 13.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안개 속의 충무교와 통영 운하 새벽미사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안개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항남동 거리에 안개만 자욱, 신호등 빛이 산란돼서 별세계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벽미사 마치고 나왔는데도 안개가 걷히질 않아 사진이나 좀 찍고 들어가야겠다 싶은 마음에 통영 운하를 따라 걸었다. 7시 밖에 안됐는데도 새벽 운동 겸 산책하러 나오신 어르신들이 많으셨다. 저 근면함이 올바른 의식으로 연결됐다면 참 좋았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대한민국은 오리무중. 이 아침의 풍경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해무가 짙어진 만큼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갯비린네도 진해졌다. 진주 새벽길을 걸으며 느꼈던 안개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 바다 근처의 안개는 상쾌하게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몸에 들러붙어 번들거리는 것 같았다. 상쾌한 .. 2023. 3. 12. 죽어봐야 지옥을 아는 법 세상의 그 모든 악과 불의, 비극과 고통, 사고와 환난이 자신만은 피해 갈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앞장서서 악을 행하며, 불의를 합리화시키고,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사고와 환난으로 피해받은 사람들을 조롱한다. 자기 머리 위에 탄식의 칼날이 드리워져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때를 만난 듯이 활개치는 당신들이여, 자신과는 상관없다 생각하는 멸망의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올 것이니 그렇게 의기양양하기 고개를 쳐들 필요는 없다. 2023. 3. 11.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4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