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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snap - 정오의 라이더 태양이 표준 자오선을 지나며 정확히 90도로 빛을 내려 꽂던 시간. 붉은 마음의 라이더는 거침없이 달리고 싶었더랬다. 실제 시속은 10km 남짓 밖에 되지 않더라도, 뒷차들이 아무리 경적을 울려도 그는 그만의 길 위에서 질주한다. 그 마음은 이미 제로의 영역. 2023. 3. 30.
카렌다쉬 2023 블러썸 에디션 까렌다쉬 필기구를 좋아하진 않지만 벚꽃 피는 계절에 이 색깔은 못참지. 2023. 3. 29.
봉수골 벚꽃 명소 봉평주공아파트 오래된 아파트, 오래된 나무, 그리고 올해 된 벚꽃. 2023. 3. 28.
봄날, 봄밤 - 오는 벚꽃과 가는 동백 그리고 태평성당 저녁미사 벚꽃이 대충 다 핀 것 같다. 다음 주면 절정에 이를 듯. 흐린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겹쳐 아쉽긴 하지만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마음이 말랑 말랑해지는 것 같다. 매년 보는 벚꽃인데 뭐가 이리 좋을까. 동네 원룸 주차장 안쪽에서 흐드러지게 폈다가 떨어진 동백의 흔적을 만났다. 목이 꺾이듯 꽃채로 떨어지는 동백의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선연한 붉은빛도. 점심 해 먹으려고 대파 사러 나왔다가 그냥 동네 설렁탕집에서 한그릇 사 먹고 돌아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아삭아삭 달달한 김치와 깍두기가 쳐져있던 미각을 깨워주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것에서 삶을 실감하는 나날이다. 이번주는 저녁 미사를 갔다. 태평성당 가는 길에 카페 영업을 마치고 로스팅에 열.. 2023. 3. 27.
게이샤 1. 게이샤를 마셨다. 요몇년간 가장 핫하고 비싸다는 원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취향과는 엄청 멀었다. 이렇게 기록을 해두는 건 시간이 지난 뒤에 내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지표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산미가 두드러졌고 다양한 풍미가 섞여 있다는건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들이 내게는 그리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단 하나의 맛이라도, 단 하나의 향이라도 내게 맞는 것이 중요하지 맞지 않는 것이 수없이 펼쳐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커피 초보에 불과한 내가 아직 감당하지 못할 만한 깊이의 커피를 만나 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테다. 2. 사람들이 커피나 위스키, 와인 등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것들의 맛과 향이 가지는 모호함에 있다. 정답이 정해진 직설적인 맛이 아.. 2023. 3. 26.
주말 -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무전동 고기 맛집 청도갈비 생갈비, 커피 올곧 바닐라라떼와 케냐 움블라 AA 핸드 드립 커피 생갈비 때깔이 끝내주는구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아하고 있는 꿀밤. 한식의 근본 오브 더 근본, 흰쌀밥 위에 고기 한점. 이보다 더 완벽한 한 숟갈이 또 어디 있으랴. 정신 차리고 보니 남아 있는 건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은 갈빗대뿐. 일주일 만에 다시 가본 청도갈비. 지난주만큼 괜찮았다. 고기도 좋았고 기본찬(찌짐(부추전), 옛날 사라다(샐러드라고 부르면 느낌이 달라서 일본어 잔재인 줄은 알지만.), 백김치, 겉절이, 양념게장, 새우튀김, 꿀밤 등등)들도 모두 맛있었다. 지난주에는 안 계셨던 젊은 남자분(아드님이신지)이 서빙해 주셨는데 너무 친절하셔서 더더욱 좋더라. 앞으로도 소고기 생각나면 가끔 갈 듯. 커피 올곧 두번째 방문(사실은 어제저녁에도 갔었는데 사장님이 부재중이시라 일반 아메.. 2023. 3. 25.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스탠포드호텔 베이커리 벚꽃라떼 매년 벚꽃 필 무렵이 되면 봉평동 하루케이크에서 벚꽃스무디를 마시곤 한다. 벚꽃향이 첨가된 슈가 파우더 이용해서 만드는 별 것 아닌 음료라고 볼수도 있지만 이즈음의 분위기와 더해져 맑은 기운을 고양시켜주기에 개인적으로는 자양강장제 비슷한 느낌으로 즐긴다. 이게 나름 시즌 한정 메뉴라 봄철 아니면 마실 수가 없는데 아쉬운건 매년 조금 늦게 판매를 시작한다는거다. 올해도 아직 안팔거라는 지레 짐작에 다른 곳을 검색해보니 스탠포드호텔 인스타에 벚꽃라떼를 판매한다는 포스팅이 올라와 있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녀왔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다녀왔는데 7000원하는 음료 치고는 뭔가 좀 아쉬웠다.(호텔 베이커리라는걸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홀로 계셨던 남자 직원분께서 슥슥 만든 후 쟁반도 빨대도 없이 음료가 .. 2023. 3. 25.
꼰대 꼰대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기준만 내세우는 사람은 노소에 상관없이 꼰대다. 회식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도 문제, 회식은 무조건 불필요하다는 것도 문제. 누구든 상황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꼰대인거다. 요즘 젊은 애들이 자기랑 맞지 않는 가치들은 모두 고루한 것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자신들이 싫어하는 이들의 행동과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지? 변하는 것은 무엇이든 옳고 과거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무엇이든 나쁘다는 황당한 가치관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르겠다. 교장선생님께서 교사 연수 때 '당신도 누군가의 개새끼다.' 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관계에 신경쓰며 조심해서 살아가야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이걸 인지하지 않으면 진짜 개새끼가 된다.. 2023. 3. 25.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초미세먼지 가득한 비오는 금요일 저녁 셰프장 후토마끼와 스키야끼, 그리고 양갱 비가오는데도 미세먼지 지수가 엄청났던 저녁. 힘든 일주일을 잘 버텨낸 것에 대한 자축을 하러 셰프장에 갔다. 그리고 보니 매년 3월에는 이곳에서 후토마끼를 먹고 있네. 이제는 너무나 친숙한 셰프장의 오토시. 특히 좋아하는 단짠 단짠 볶음김치. 이것만 갖고도 술 몇잔은 할 수 있을 정도. 첫잔은 아사히 슈퍼드라이, 완샷! 두번째 잔은 천천히. 한모금 마실 때마다 잔에 흔적이 남는다. 예전에 이걸 엔젤링이라고 광고한 적이 있었지. 셰프장에서는 처음 먹어본 스키야끼. 완전 맛남. 특히 구운 두부!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으니 너무 좋음. 추가해서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다 먹었다. 스키야끼 먹으면서 사케 한잔. 너무나 사랑하는 셰프장 후토마끼. 다른 곳에 가서 먹으면 이 느낌이 안남. 한입 가득 들어차는 풍성함에.. 2023. 3. 25.
34ST의 추억 그러니까 모든건 나의 일병 시절(2000년) 기준. 경복궁의 정동방이라는 대진마을에서 6개월을 보내던 무렵.. 취사장에서, 상황실에서, 소대장님 방에서, 내무실에서, 그리고 야외식당에서... 언제나 스케치북만 끼고 살았던. 투입해서 미친 듯이 끊어져 버리는 선로 복구를 위해 매일 35Km정도를 걸었던 무렵.... 엄지슈퍼에서 사 마시던 2%하나가 삶의 낙이었던. 선임이 사준 호두과자 제조한 곳이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이라는 걸 보고 열라 웃었던 시절. 짱박혀서 짜장면 먹던 억조반점. 99K로 라디오 주파수 맞춰서 듣던 5초소. TOD 기지로 소대장님이랑 새벽마다 짱박혔던 9초소. 대대장님한테 야단 안맞으려고 매일 갔던 3.98km 섹터의 끝에 있던 전경 초소. 언젠가 한번가보리라 생각했었던 궁전호텔 스카.. 2023. 3. 23.
오늘의 길냥이 - 봄날 낮잠 쓔 통여고 CU 앞 풀숲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쓔. 츄르 꺼내니까 귀신같이 일어나서 받아 먹음. 그나저나 구내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은데.... 2023. 3. 23.
Just snap - 삶의 군더더기를 잘라내며 복잡하고 무의미한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고전적인 사진 프레이밍의 기본. 그래서 사진을 마이너스의 미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래된 갯바위에 더덕더덕 붙어있는 따개비처럼 내 의식을 잠식한 무의미한 군더더기를 떼어내고 단순했던 원래 모습을 회복하고 싶다. 사진을 닮은 삶을 살고 싶다. 2023. 3. 23.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더 멋져진 레거시 일주일만에 갔더니 못보던 디지털 액자가 걸려있었다. 카페 주변 풍광이 좋은 편은 아니라 아쉬운데 저렇게 나마 바다와 오로라와 숲이 보이니 좋은 것 같다. 역시나 센스 넘치는. 2023. 3. 23.
통영 벚꽃 시즌 시작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피기 시작. 다음 주 주말 쯤 절정에 달할 것 같다. 2023. 3. 22.
벤투의 스케치북 - 존버거 당시 독일민주공화국의 모든 사람들은 역사를, 역사의 유산과 그 무관심, 모순을 인지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그것에 분개했고, 어떤 이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 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넘기고 살아남는 데만 집중했고, 소수의 사람들,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밤낮으로 역사를 마주하면서도 품위있게 살려고 노력했다. - 벤투의 스케치북, 존 버거 이후의 역사는 다들 아시다시피 히틀러의 등장이다.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지고 있었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국민들이 스스로 가장 무능하고 악한 지도자를 선택하고 2차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이런 비극에서, 실패한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지금의 우리나라와 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싶어서 꺼림칙하다. 2023. 3. 22.
WHIA 초음파 세척기로 만년필 세척 이런거 하려고 산 초음파 세척기. 오래 안써서 잉크 굳어 있던 만년필들 깨끗하게 세척. 속이 시원하구만. 2023.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