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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하고 나서 허덕이며 살고 있으니 장인, 장모께서 안 돼 보인다고 집 근처 청도갈비에서 생갈비를 사주셨다. 1인분 130g 32000원,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인데 기본 반찬이 많이 나오고 모두 다 깔끔하고 괜찮은 맛인 데다가 고기가 부드럽고 좋았다. 고깃집 답지 않게 면이 부드럽고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았던 냉면도, 고기가 한가득 들어가 있었던 된장찌개도 맘에 들어 다음에 다시 가볼 생각. 이날이 특히 좋았던 건지 이게 평균인건지 몇 번은 가봐야 알 수 있을 테니. 그동안 지인들에게 추천할만한 통영 소고기 맛집이 별로 없어 아쉬웠는데 잘하면 한 군데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전동 커피올곳. JMC바리스타 학원과 붙어있는 카페다. 생긴 지 꽤 됐고 근처를 자주 오갔지만 커피학원에 붙어있는 가게라서 고리타분한 느낌이지 아닐까 하는 괜한 고정관념에 지나치곤 했다. 요즘은 가게 분위기보다는 커피 맛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터라 다른 사람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는 곳의 맛은 어떨까 싶어 들렀다. 구석진 곳이고 가게 자체도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라 어둡고 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분위기는 정말 괜찮았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의외로 깔끔하고 멋진 공간이라서 살짝 놀랐다. 에티오피아 드립커피를 부탁드렸는데 산미가 훅 찌르듯 강하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해서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아직 산미의 강약, 좋다 나쁘다 정도의 단순한 구분만 할 수 있는 수준이라 그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풍미는 캐치해내지 못했다. 집 근처에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서 다양한 커피들을 경험해 봐야겠다.  
 

 
 
점심을 너무 잘 먹어서 저녁을 거르고 며칠 전에 GS25 냉장고에서 주문해서 픽업했던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삐아프 쇼콜라티에 에디션을 마셨다. 붉은색 패키지가 꽤 고급스러워서 좋았다. 배럴에이지드 임페리얼 스타우트 특유의 풍미는 그대로 간직한 채 단맛을 더 강화했다고 할까? 첫 잔을 마실 때는 너무 좋았는데 둘째 잔부터는 단맛이 다른 것들을 누르기 시작하더니 잔을 비울 때쯤엔 아예 다른 풍미를 모두 지배하는 지경이 되어버려 조금 힘들었다(맥주나 위스키, 커피 시음 후기의 달다는 표현을 보고 도전했다가 여기서 무슨 단맛이 느껴지는 거냐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여기서 단맛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다.). 혼자 마시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맛만 보는 정도로 즐기면 꽤 괜찮을 듯. 
 

 
 
새벽미사 갔다가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누구에게도 구애되지 않고, 그 어떤 관계도 맺지 않은 채로 오롯이 기도에만 집중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 새벽미사를 다녔는데 이걸 몇 년 동안 꾸준히 했더니 내 의도와 달리 알아보는 신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신앙심이 깊고 열심히 하는 것 같으니 미사 해설을 좀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제의까지 받았다. 성당에서 봉사하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있고 개인의 신앙과 공동체에 대한 사역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관계가 주는 피로함으로 인해 도피하듯 떠나와 은거하고 있는 내가 여기서 또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맞는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권유하신 성당 어르신께 고민해 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돌아오던 길, 세병관에 핀 매화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서있었다.  
 
 

 
 
 
무전동 한일김밥에서 충무김밥을 포장해다 아침으로 먹었다. 3인분요 하니까 1초도 안 걸려서 바로 내주는.... 인스턴트 보다 더 빠른 로컬 푸드. 일요일 아침 끼닛거리로 적당한 게 없을 때 이만큼 만만한 게 또 있을까?
 
 

 
 
아침 먹고는 에스프레소 한잔. 오랜만에 드롱기 커피머신으로 내렸는데 캡슐커피보다는 훨씬 나은 게 느껴진다. 배원장님 말씀대로 캡슐커피는 아무리 좋은 거라도 전투식량에 불과한 것. 입이 갈수록 까다로워 지고 있다. 이러다 진짜 브레빌이라도 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에스프레소 잔은 알라딘에서 책사면 주는 어린 왕자 시리즈. 고만고만하게 예뻐서 잘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