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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534

이미지 너머의 이미지 장르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세계의 원형을 탐구하는데 집착하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데아를 모방했다는 세계의 불완전한 모습이 아니라 이데아 그 자체, 세계의 본질에 접촉하려는 사람들. 어린 시절에 그런 내용들을 접했을 때는 뭐 저리 쓸데없는 것 가지고 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할까 싶었는데 이 나이 들어 십여년이 넘게 별것 아닌 이미지 탐구에 집중하다보니 그게 그렇게 하찮게 치부할 일은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다. 이제는 구시대적 발상이 되어버렸지만 예술, 혹은 그 하위 분류로써의 사진을 하는 사람들 중 여전히 이미지 너머의 이미지, 이데아의 원형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철저하게 파편화되어버린 이 시대에 자기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 모든 것을 개별화시켜버리는 작업들도 결국은 본인 스스로를 포함하고 있는.. 2020. 4. 22.
시뮬라크르 복제를 하면 할수록 원형에서 더 멀어져버렸지만 그래서 새로운 역동성과 정체성을 가지게 되버린 존재들이 넘쳐나는 때.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이 시대의 주역들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를 기존의 잣대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은 아무 의미없는짓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다면 최대한 긴호흡으로 지켜봐야겠지. 2020. 4. 19.
청라언덕 같은 내 맘 1. 출구조사 결과보고 맘 졸이며 잠들었다가 깨어나니 180석. 오직 나의 달만 바라보며 걱정했던 결과. 언제나 그랬듯 180명 중에 제대로 된 사람들은 얼마 없을테고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거듭할거라는 것도 알지만 나의 달이 보낼 마지막 2년이 그나마 편해졌다는 것에 맘을 놓는다. 2. 적폐 청산이 거듭 진전되어 우리나라의 거대 양당 제도가 깨지고 수많은 목소리를 가진 정당들이 백화제방하는 때가 오길 바란다. 그날을 대비하며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남들이 납득할만한 실력을 갖추며,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파고 들수 있는 정치인들로 성장하시길. 진보가 필요합니다. 개혁이 필요합니다라는 당위성에 기대지 말고, 대통령의 지지율이나 정당의 이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이상을 펼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 2020. 4. 16.
선거법 개정에 따른 새내기 유권자 교육 만18세로 선거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내가 근무하는 통영여자고등학교의 3학년 학생 중에도 72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방학 동안 새내기 유권자 교육을 위한 자료 보내고 안내문자도 수차례에 걸쳐 보냈으며 담임과 교과 선생님들을 통해 온라인 수업으로 선거시 유의해야할 사항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였으나 그래도 맘이 놓이지 않는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혹시라도 투표소 내에서 사진찍어서 SNS에 올린다거나 그외 법적으로 금지된 행동을 해서 뉴스의 한자락을 차지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 선거 끝날때까지 조마조마 하며 보낼 것 같다. 별일 없이 넘어가야 할텐데. 72명 모두 처음 가지게된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현명하게 행사할 수 있기를, 별것 아닌 그 투표용지를 우리의 손에 쥐어주기 위해 독재, 불의와 싸워.. 2020. 4. 10.
유목형 인간과 정주형 인간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개념이 등장했을때 개개인의 삶에 더해질 불확실성은 더 커지겠다는 예상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 경향성에 가속이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나의 직업을 평생 갖고 갈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 현 시대의 흐름, 이러한 상황에서 삶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즉시 적응해낼 수 있는 마음자세와 행동력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을 끊임없이 낯선 환경으로 몰아넣는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지금의 시대 정신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한 형태로 고착화되지 말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을.. 2020. 4. 5.
신앙의 증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1. 홍수로 물이 들어차 집 지붕 위에 고립된 한 남자가 자신을 구해달라고 신께 기도드리고 있었다. 잠시후 보트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그는 신께서 구해주실거라며 거절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구급 헬기가 날아와 사다리를 내렸지만 신의 구원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재차 거절했다. 결국 그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했고 사후 세계에서 신을 만나 물었다. 자신이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왜 구해주지 않으셨냐고. 신이 반문했다. 내가 보낸 보트와 헬기의 구원은 왜 거절했나고. 2.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은 종교인가? 신인가? 세상의 도리를 버리고 종교의 인도를 따르는 것은 인간의 뜻인가? 신의 뜻인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위험 .. 2020. 4. 4.
학교에서의 감염확산을 막아내기 위해 우리학교 학생은 750명 남짓. 개학하면 아침7시30분부터 등교하는 모든 학생의 체온을 체크해야 한다. 학생들을 10줄로 세워 교문을 지나게 하고 10여명의 교사들이 아침마다 나와 체온계로 1차 체크하고 체온이 높은 학생을 따로 격리해 2차 체크를 한후 그래도 높은 학생은 후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상급기관에서 내린 지시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전국 모든 학교의 등교 시간 풍경일 것 같은데 문제는 저렇게 했을때 아침 등교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저 행위 자체가 야기할 수 있는 2차감염의 위험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역대책은 교문에 열감지기를 놓고 1차 체크를 한뒤 이상이 있는 학생을 걸러내는건데 가격이 너무 비싸 학교 예산으로는 살수가 없다는거다. 신종플루 때도, 메르스 때도.. 2020. 3. 19.
미끄럼주의 세상에서 겪은 좌절과 실패에 대한 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움츠려들고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보면 영화 올드보이에 나왔던 상상력이라는게 사람을 얼마나 비겁하게 만드는가 하는 대사가 떠오르곤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이 너무 높은데다가 사회구조 자체가 예전과는 달리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기에, 올라가는건 어렵지만 떨어지는건 너무 쉬운 일이기에, 삶에서 얻은 쓰디쓴 경험들 때문에 미끄러진 이후의 상황을 너무 디테일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된 나는 하루 하루를 젖은 계단을 걸어올라가듯 조심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20. 3. 15.
꿈의 높이 혹은 깊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은 꿈, 하지만 그 높은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세상의 깊은 곳, 내 마음 속의 기저까지 침잠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그 꿈의 높이를 재어야 할까? 아니면 깊이를 재어야 하는걸까? 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걸까? 아니면 가장 깊은 바닥까지 떨어져야하는걸까? 2020. 3. 9.
나에 대한 이야기 나는 창으로써의 사진을 찍고 있는가? 거울로써의 사진을 찍고 있는가? 그동안 나는 바깥 세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사진을 찍어왔다고 착각했지만 지금와서 보니 철저히 나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창을 통해 바깥을 본 것이 아니라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겠지. 거울을 통해서도 바깥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창을 통해서도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그런 것을 구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만. 2020. 3. 4.
모두의 핀트는 다르다 위와 아래의 사진은 같은 곳에서 같은 피사체를 동일한 조건에서 찍은 것이다. 다만 핀트는 다른 곳에 두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공존의 첫걸음이다. 2020. 2. 26.
우리는 그런 길 위에 서있다. 대구가 힘들다. 경북이 힘들다. 코로나19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전국에서 대구와 경북을 응원하고 있고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상황을 챙기고 있으며 질본은 전염병 확산 차단의 변곡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경북의 사람들은 대통령과 현정권을 욕하기 바쁜 모양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신천지라는 종교임이 명약관화한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분노를 대통령에게 쏟아내고 있다. 현정권의 지지자들과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대구 경북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잘해줘도, 물에 빠진걸 구해줘도 결국 돌아올건 욕밖에 없다며 그들이 지지하는 모당에서 알아서 해결해야하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 2020. 2. 26.
마음을 가라 앉히며 대구에서 터진 사태로 인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가 진절머리나게 싫어진 모종교에 대한,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어떤 정치인들에 대한, 그저 남탓만하고 욕할 포인트만 찾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지옥을 헤매고 있다가 겨우 마음을 가라 앉힌다. 이미 터진 일을 어찌하겠는가? 최선을 다해 조심하며 수습에 동참해야지. 정말 싫은 사람들이지만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이상 그들이 배를 가라앉히는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이순간 가장 힘들 사람들은 최전선에서 질병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권을 행사해야할 사람들이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믿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이 지시하는 것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는 것 뿐.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그 .. 2020. 2. 20.
낯설음이 낯익음으로 변해가는데 필요한 시간 너무 낯설고 남의 집 같기만한 이 풍경이 익숙한 나의 어떤 것으로 변해가는데 걸릴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다는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낯선 느낌을 오래 간직할 수 있어야 타성에 젖지 않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낯설은 장소, 낯설은 얼굴들, 낯설은 공기, 낯설은 시간.... 오늘 하루 종일 나를 불안하게 만든 그 모든 것들이 때때로 내가 기억해야할 금언같은 존재들임을 마음에 다시 새긴다. 어찌되었든 첫발은 떼었고,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의 가치를 굳게 믿어본다. 2020. 2. 18.
첫출근 새 학교로 첫출근하는 날. 별 것도 아닌데 심리적 피로감은 천왕봉 등반 직전과 맞먹는구나. 무슨 일이 있어도 평정심과 부동심을 유지할 수 있길. 2020. 2. 18.
떠나온 곳은 언제나 그립고 또 아득하기만 하다. 문득 남해제일고 첫발령 때 앉았던 자리가 궁금해져서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사진이 남아 있다. 당시 유행했던 오피스 소품 플립플랩(학교 떠나올때 제자였던 은비에게 주고 왔다)이 적막한 푸른 공간에서 홀로 빛나고 있던 내 자리 2005년에 처음 저 자리에 앉았다가 그 이후 여러 학년실을 전전했고 2009년에 교무기획을 맡으면서 다시 같은 자리로 컴백해서 제일고 근무를 마무리했었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했던 시절, 그래도 마음 맞는 동료들이 있었고 함께 카풀하던 은사님들이 계셨으며 신규라고 언제나 배려해주시던 선배교사들이 계셔 몸은 힘들어도 즐겁기만 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몇년간 근무했던 교무실, 건물이지만 떠났다가 며칠만에 돌아와도 내 공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낯설어지는 것이 학교.. 2020.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