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시간으로부터 힘을 얻는 망각은 사건의 원형을 이지러지게 하며 이윽고 새로운 형태로 조합하여 자리잡게 만든다. 그보다 훨씬 거대한 망각의 찌꺼기에 불과한 기억은 때때로 (혹은 상시) 무기력할 뿐이다. 그러므로 모든 일은 발생했을 당시에 해결하고 그 모든 결과를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수단으로 남겨야한다. 이것이 어떤 일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왜곡으로부터 사건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는 시작부터 실패했고 이제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 모호하게 되어버렸다. 잊히길 바랬던 일의 주체들은 망각으로 부터 힘을 얻었고 기억하길 바랬던 지사들은 망각으로 인해 정당성을 상실했다.
EBS 라디오 클래식 프로그램 진행자인 바리톤 정경이 만든 노래가 있다. 11시 클래식,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같은 제목이다. 아침에 EBS 영어 방송을 듣다보면 중간 광고에 노래의 일부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아 애써 찾아 듣게 됐다. 노래 가사 전체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바치는 세레나데 같지만 정경이라는 사람의 삶이 그리 평탄치 않았기에 그것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른 자신의 지난 날을 회고 하는 듯한 중의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노래의 핵심 가사인 이 부분은 르누아르가 남긴 말이라고 한다. 질곡이 많았던 인생이었지만 삶을 긍정하고 아름다움을 남기려했던 그의 마음이 읽힌다. 때로는 잔물결이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넘어 평온의 항구에 도달한 항..
세상의 그 모든 악과 불의, 비극과 고통, 사고와 환난이 자신만은 피해 갈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앞장서서 악을 행하며, 불의를 합리화시키고,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사고와 환난으로 피해받은 사람들을 조롱한다. 자기 머리 위에 탄식의 칼날이 드리워져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때를 만난 듯이 활개치는 당신들이여, 자신과는 상관없다 생각하는 멸망의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올 것이니 그렇게 의기양양하기 고개를 쳐들 필요는 없다.
지난번 이등 후작이 내한했을 때에 어리석은 우리 인민들은 서로 말하기를, "후작은 평소 동양 삼국의 정족(鼎足) 안녕을 주선하겠노라 자처하던 사람인지라 오늘 내한함이 필경은 우리 나라의 독립을 공고히 부식케 할 방책을 권고키 위한 것이리라." 하여 인천항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관민 상하가 환영하여 마지않았다. 그러나 천하 일 가운데 예측키 어려운 일도 많도다. 천만 꿈 밖에 5조약이 어찌하여 제출되었는가. 이 조약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 삼국이 분열을 빚어낼 조짐인즉, 그렇다면 이등 후작의 본뜻이 어디에 있었던가?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대황제 폐하의 성의(聖意)가 강경하여 거절하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인 줄 이등 후작 스스로도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다...
2015년 9월 1일부터 2017년 12월 15일까지 837일동안 사용했던 A7R2. 그 이후에 다원 배원장님께 넘기고 A7R3으로 넘어갔고 A7R4를 거쳐 지금은 A1을 사용하는 중. 이 바디는 여전히 배원장님께서 애용하고 계시다. 사진을 참 많이 찍는 나, 그리고 나 보다 더 찍을실지도 모르는 배원장님의 손에서 8년째 구르고 있으면서 잔고장 한번 없었던 이 A7R2는 정말 대단한 바디인듯 하다. 오른쪽 아래에 붙어있는 원펀맨 스티커는 내가 사용할 때 원펀맨 같이 끝내주는 한방이 있는 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붙였었는데 배원장님이 그대로 유지하고 계셨다(그래서 계속 놀라운 사진이 찍어내셨던 것이었....). 사물의 이력을 알 수 있다는건 이만큼이나 재밌고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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