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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534

내 마음 같은 사진 흑백이 아닌데 흑백 같은 사진. 회색으로 물든 세상에서는 어떤 카메라를 들어도 흑백으로 나올 뿐이지. 내가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얘기해도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뿐. 2022. 12. 24.
사위다 2022년, 44살의 한해가 내 모든 열망, 수많은 미련과 함께 사위어간다. 이젠 시작보다 끝이 가까운 때. 가득차 있던 시계 속의 모래가 끝을 보일 때 더 빨리 흘러내리 듯 느껴지는 것 처럼 내 인생의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마지막 한알의 모래가 떨어져 내린 후 다시 뒤집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모래시계와는 다른 것이 삶. 2022. 12. 21.
교직의 낭만 그러고보니 교사 생활하면서 보람이라는걸 마지막으로 느껴본게 언제였을까. 보람? 아직도 대한민국 교육계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는 헌가? 닿지 않을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일 뿐이지. 미련에 빠져 포기하지 못한 채. 내가 정말 술을 끊을래야 끊을수가 없다. 맨 정신으로 버티는게 너무 힘든 나날이라. 에잇 빌어먹을 세상! 진짜! 2022. 12. 13.
기억의 날 첫 부장을 맡았던 날이다. 첫 학년 부장 업무가 시작됐던 날이다. 밤새 잠을 설치고 새벽 어둠 속의 길을 달려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 있던 학교에 도착했다. 학년실의 문을 열고 첫날 무엇부터 해야할 지 정리하다보다 날이 밝아왔다. 창밖을 바라보니 첫 학생이 등교하고 있었다. 첫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비록 이후의 2년은 실패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저 때의 나는 분명 뒷목을 타고 오르는 순수한 고양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사진을 통해 그 기억이,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2022. 11. 15.
정체 모두들 서둘러 동굴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어쩔 줄을 모르고 서있는 느낌. 이 나이를 먹도록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게 두려운 내가 한심해 보인다. 그냥 같은 자리에 앉아 밍기적거리고만 싶다. 2022. 10. 26.
무기력함 티스토리가 멈춰있었던 며칠동안 몸이 안좋아 무기력감에 휩싸여 있었다. 인생의 방향성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그저 하루 하루를 소모해가는 삶. 나는 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룰 것인가. 2022. 10. 18.
심연 학교에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걸 느낀다. 이대로 계속 내려가다가는 심연에 빠질 것 같은 무서움이 들어 애써 마음을 잡아 억지로 끌어올린다. 숨이 턱턱 막혀 햇볕을 쐬러 학년실 밖으로 나간다. 쉽지 않다. 언제부터 학교가, 내 삶의 터전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졌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하게 지내고 있지만 사실은 순간 순간이 버겁다. 2022. 9. 27.
기회주의자들의 세상 바른 말 그리 잘하던 학자들, 교수들, 언론인들, 종교인들, 셀럽들 다 어디갔나? 당신들이 거품 물던 기준이면 지금은 피를 토하며 열변할 때가 아닌가? 불과 몇달 전까지 배우, 가수들도 스스로 나서 소신발언 경쟁을 하지 않았나? 당신들이 곡학아세하는 모리배나 약강강약의 소인배가 아니라면 지금 나서라.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가? 지금 나서지 않으려면 영원히 침묵하라. 만만한 세상 왔다 싶으면 정의로운 척 기어나올 생각하지 말고. 2022. 9. 27.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본 교사가 쓰레기가 되는 과정 - 수시 원서 접수 시작에 즈음하여 요즘 대학 수시 원서 쓰는 법이 달라져서 담임들이 아무것도 안 한다며 원서 쓰는 법은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하는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 글에 동조한 사람들의 댓글을 보니 이미 교사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철밥통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 잠시 그 글을 쓴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반박 해보자면 1. 수시 쓰기 전에 당연히 상담을 한다. 학생들에게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그 대학들의 요강을 분석하며 대입 결과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합격 가능성을 계산한 후 전년도 몇년간의 입시 결과를 고려해 프로그램의 결과를 보정하여 학생에게 말해준다. 그 과정에서 적성에 맞는 다른 대학을 권유하기도 한다. 지원 가능한 6군데 중에 상향, 적정, 하향을 적절히 배분하게 지도하며 적어도 한 개 정도는.. 2022. 9. 14.
어떤 이야기 유능하고 선한 지도자가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은 지난한 과업이지만 무능하고 악한 지도자가 나라를 망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꽤 괜찮은 학업 역량과 근무 여건을 갖춘 한 학교가 있었다. 학교의 교장은 교사들의 자율성을 믿고 지원했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추진했다. 하지만 그의 후임 교장이 부임한 이후 그가 만들어뒀던 시스템은 급속히 망가져버렸다. 새 교장은 악했고 무능했으며 별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는 자신의 무능함과 악함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자신이 학생과 학교를 위하는 모범 교사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교사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으며 그의 지위에서 나오는 한 줌 권위로 구성원들을 누르고 무시했다. 그와 대립했던 사람들은 .. 2022. 8. 29.
해상박명종에서 해상박명초까지 해상박명종부터 해상박명초까지는 육안으로 사물의 윤곽을 구분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딱 그 시간 속에 있다. 박명의 시간을 지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 긴 어둠을 벗어나 밝은 아침을 맞이하는 그때는 대체 언제쯤 오는 것일까? 해뜨기 직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 순간일까? 2022. 8. 3.
떡상 아젠다 박지현과 청년 정치에 대하여 민주당 전비대위원장 박지현의 당대표 출마 사태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차근 차근의 미덕이란 완전히 사라져 버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박지현이 N번방 문제 해결 과정에서 했던 역할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가 정치 분야에 있어 제대로 두각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그녀를 신데렐라처럼 정치권에 입문시킨 사람들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렇게 데뷔하고 나서 곧바로 야당 개혁의 조타수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그녀도 이해하기 힘들다. 누군가는 몇년, 몇십년에 걸쳐 경험을 쌓고 성과를 낸 후 겨우 이름 몇자를 올리는게 정치권이다. 지금 정치권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름의 경력을 쌓아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한걸음씩 전진 중이다. 대체 박지현은 그들에 비해 뭐가 그렇게 다르고 .. 2022. 7. 11.
연세대학교와 청소노동자와 입학사정관제의 상관관계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이 학내 청소 및 경비 노동자들의 집회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당했다고 노조를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우리나라 대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절망감을 느꼈다. 고소한 학생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가 없어 추측에 불과하지만 지금 재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합격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은 분명 대입 필수요소인 자기소개서의 3번 질문인 학생시절 실천한 나눔과 배려에 대한 내용을 누구보다 멋지게 채워넣었을 이들이다. 대학교 입학 전에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배려심, 봉사정신이 그렇게 투철했을 인재들이 연세대학교에 입학해 몇년을 지내면서 청소노동자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를 이해하고 배려할 마음을 완전히 버려버린채 오직 자신들의 수업에 방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고소할 정도라.. 2022. 7. 11.
내각책임제을 향한 무서운 열망 상식 이하의 지도자가 선출되는데 상당히 기여를 했거나 은근히 그의 당선을 바랐을 정치인 중 민주당 계열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부당함을 어필하기 딱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꿈은 언제나 내각책임제의 달성에 있었다. 옆 나라 일본처럼 지역구를 물려받으며 대대손손 정치인 집안으로써 승승장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완성. 얼마나 가슴이 설레겠는가?(몇 년 전 문희상의 아들이 지역구 세습 논란으로 내홍을 빚기도 했다. 나는 그 사건을 기득권이 시도한 일종의 간보기라고 봤다.) 정치인의 역량과 건전성이 보장되는 나라에서는 대통령 중심제를 하든 의원내각제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계속해서 꽝을 뽑더라도 언젠가는 한번 대단한 리더가 나와 우리나라의 전기를 마련해.. 2022. 6. 23.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 不可遠 2022. 4. 12.
민주당이여 제발 선거 끝나고 개표 들어갔으니 속 시원히 말한다만 이후보가 이기든 지든 민주당은 각잡고 반성하시라. 깜도 안되는 후보와 초박빙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던 건 기울어진 언론 지형, 사법 권력의 지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신들의 미적거림이 빌미를 준 것이 제일 크다. 하는 꼬라지 보면 또 승리에 도취되어 줄이나 서고 희희낙락하고 있을 것 같아 속에서 천불이 난다. 언제까지 우리들이 밤잠을 설치며 들고 일어서야 하며 새벽의 칼바람 같은 스트레스를 참아가며 니네들을 비호해줘야 정신 차릴 것인가? 언제까지 스스로 벼랑 끝으로 달려가 놓고 국민들이 살려주십시오 하는 말만 반복할 것인가? 혹여 대선에서 승리한다해도 남아 있는 보궐선거, 지선, 2년 뒤의 총선은 절대 당신들에게 쉬운 판이 아닐 것이다. 이 승리는 정치병자라.. 2022.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