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ary thought534 박수칠 때 떠나라 - 진주고등학교를 돌아보며 사실 같이 근무했던 교장 선생님이 그리워지는 일은 거의 없다. 평교사, 그것도 부장도 아닌 젊은 교사가 교장과 만날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요즘 정명규 교장 선생님이 자주 생각난다. 어찌보면 그분과 근무해던 진고에서의 4년이 내 교직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11년 차 들어가는 젊은 교사가 지난 시간을 운운하는게 우습기는 하지만, 앞으로 보내야할 교직 생활이 더 길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 4년만큼 바쁘고 즐거웠던 시절은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정명규 교장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기억나는게 있다. 시간이 지났을때 저랑 근무한게 부끄럽지 않고, 멋진 시간이었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히 그렇다. 그 시간은 내게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멋진 시간이었다. 교장선.. 2015. 3. 24. 얼마나 더 단련해야 할까 내 삶도, 그것의 표현 양식인 사진도.... 얼마나 더 단련해야 쉽게 무너지지 않을까? 아직 너무 모자라기만 한 나 자신. 미생이란 표현을 쓰기도 민망하다. 2015. 3. 16. 학기초 바쁜 와중에 잠겨버린 머리 - 뇌 잠금증후군 작년까지는 수업 준비를 전혀 안해도 한시간 정도는 무엇으로든 보낼 수 있는 말빨과 머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수업을 준비하고 가도 머릿 속이 하얘지는 경우가 있다. 어제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이걸 왜 얘기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들었다. 뭔가 예시를 들기 위해 꺼낸 거였는데 연결이 안되서 그냥 저냥 넘어가 버린 것. 갑자기 무척 슬퍼졌다. 이게 나이들어감일까? 얼굴에 생기는 주름과 생기없는 피부로는 세월을 느끼지 않았는데 수업 시간에 말이 막히니 멈춰있던 세월이 급히 흘러 들어온다. 슈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사고로 인해 목아래를 쓸수 없는 잠금증후군에 걸렸었는데 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용하던 뇌의 일부를 쓸수 없는 잠금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슬프구나.... 봄은 왔으되 봄은 아니니.. 2015. 3. 5. Cyclops - 키클롭스, 싸이클롭스 사진을 찍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눈박이 거인인 키클롭스 처럼 나도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게 아닐까?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시야를 넓혀봐야겠다. 2015. 3. 4. 인생의 속도 십대 때는 10Km, 이십대는 20km, 삼십대는 30km 나이대에 맞게 인생의 속도를 체감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어른들의 농담인데 요즘 이걸 실제로 느끼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고 왠만한 것에는 감동을 하지 않게 된 것. 나이 드는 것의 무서움은 육체가 늙어가는 것 보다 정신이 무뎌지는데 있는 것 같다. 속도감 속에서 나를 잊지 않게 사소한 것들부터 챙겨가야겠다. 2015. 3. 3. Chess of life 누구는 킹이 되고, 누구는 캐슬이 되며 누구는 나이트가 된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진다. 폰은 나이트가 될 수 없고 나이트는 킹이 될 수 없다. 모두가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다면. 결과에 승복이라도 쉽게 하겠건만 상위 말들은 이동의 룰을 깨기도 한다. 폰에 불과한 우리는 그저 전진만 할 수 있을 뿐.... 하지만 잘난 그대들이여 잊지마라. 머리를 엄청나게 굴리며 인생이란 게임을 즐기다가도 전진만 할 줄 아는 폰에게 잡힐 때도 있다는걸. 2015. 2. 5.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너무 대단한, 아이디어와 테크닉이 극점에 달해있고 찍어내는 사진마다 작품인 사진가들 앞에서 주눅들면서도, 다른 작가들의 프로필에 수놓여 있는 학벌이나 전시, 수상 경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끼면서도. 때로는 나같이 좀 어수룩하고 모자란 사진을 찍는 사진가도 한명쯤은 있어야 균형이 맞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핑계거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 그저 미래에 나아질 나를 바라보면서 지금의 내 모습도 부정하지 않는 마음.... 그런게 필요할 것 같아서. 2015. 1. 20. 나의 삶은, 나의 시간은.... 나는 내 젊음이, 내 생명이 저 태양처럼 항상 밝게 빛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것에는 저 백열전구처럼 수명이 있으며 예기치 않은 순간에 픽하고 나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갑작스런 입원에 염려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드립니다. 2014. 11. 26. 한국다큐멘터리 사진의 달 포트폴리오 리뷰, Ryan Libre, Yumi goto, 성남훈 블로그 이웃분들께 소식 전합니다. 한국다큐멘터리 사진의 달 행사와 연계해서 진행되었던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Documentary Arts Asia의 책임자이자 사진작가이신 Ryan Libre씨께서 제 사진들을 초이스하셔서 치앙마이에 있는 DAA에서 초대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 부족한 사진을 좋게 봐주신 Ryan libre씨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유의미한 작업이니 계속해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신 기획자 Yumi goto씨와 작업 진행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해 주신 성남훈 선생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지만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찍고, 정리해서 길게 작업해 나가는 사진가가 되겠습니다. 성원해 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2014. 11. 10. 교사가 선생님들께 - 진주고등학교 3학년 담임 단체사진 진주고등학교 3학년 담임들 수업 현장 사진과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졸업앨범에 실리는 사진들이 너무 평범해서 3학년 담임들 사진은 제가 직접 작업해서 보내겠다고 했거든요. 수업 도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간다는게 참 부담스러운 일임에도 거리낌없이 협조해주신 3학년 담임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1년동안 고생하셨습니다. 10일 남은 시간 동안 마지막으로 달려봅시다^^ 3-1반 담임 김석진 - 접니다 ㅋㅋ 저는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인터벌 설정해놓고 제가 그냥 찍었습니다 ㅋ 3-2반 진윤호 선생님 3-3반 추규옥 선생님 3-4반 이재욱 선생님, 학년 부장 선생님이십니다. 3-5반 김경화 선생님 3-6반 양태석 선생님 3-7반 전점이 선생님 3-8반 안재홍 선생님 그리고 조명까지 설치해서 애써 찍은 단체.. 2014. 11. 4. 김동률 [동행] 김동률의 새 앨범 [동행]은 지금 이 순간의 김동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이것은 한 뮤지션이 20년의 시간동안 변하고 발전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은 것이 이상적인 순간에 만난 결과물이기도 하다. 노래하는 사람은 여전히 청춘의 심장을 가졌는데, 세월이 먼저 가버렸다. 그래서 "그게 나야"의 한구절처럼 '그 시절을 아직 살아 가는 한 사람'이 됐다. 20년동안 음악을 해온 뮤지션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그 때처럼 뜨거운 심장과 만났다. 노래들은 지나버린 과거의 안타까움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포기나 추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의 감성을 지키겠다는, 현재에도 뜨겁게 사랑하겠다는 절절한 토로다. 이 복잡한 감정이, 20년동안 쌓인 김동률의 역량을 통해 선명하게 구체화 된다. 멜론에 올라와.. 2014. 10. 6. 검이불루를 꿈꾸며 주위에서 체감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지수는 갈수록 높아지기만 합니다. 사는게 팍팍하다는 말을 하루라도 안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7년동안 경제 살린다는 얘기는 지겹도록 들었는데 왜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걸까요? 이제는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부양은 힘들다는걸요. 희망고문도 아니고 맨날 경제를 인질로 사람들에게 뭔가를 요구하는건 이제 그만둬주세요. 한 가정의 총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그 가정이 무너지는건 아닙니다. 한정된 수입 안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지요.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의 규모를 억지로 늘이려고 할 필요 없어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나라를 만드는데는 현재 가진 재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세금 충분히 더 낼 수 있습니다. 효율적으.. 2014. 10. 1. 아버지와 오토바이 아버지와 오토바이.... 내게는 참 그리운 단어, 이미지들이다. 어렸을 적 다리가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셨고 쉬는 날이면 이 사진의 아버지처럼 형과 나를 태우고 집근처를 한바퀴 돌아주셨다. 그것이 몸이 불편해서 멀리 갈 수 없는 아버지께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놀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퇴근길 오토바이의 콘솔박스에는 타이거마스크 등 최신 만화 비디오가 담겨있었기에 아버지의 퇴근 시간은 언제나 설레는 순간이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탈 줄도 모르고 탈 생각도 없지만 피사체로서의 오토바이를 좋아하는건 이런 이유들이 작용했으리라.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오토바이가 사라진지 이미 30년이 가까이 되어가건만 흰색 오토바이의 검은색 안장에 앉을 때의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 2014. 9. 18. 김밥과 사진 모처럼 김밥을 말았다. 한때 깁밥집 아들이었기에 내가 김밥 맛은 좀 낼 줄 안다. (학교 샘들께도 몇번 대접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다. 나중에 은퇴하면 김밥집을 하나 차려야겠다. 와이프 말로는 고봉민 김밥보다 맛있다고 ㅋㅋ) 김밥천국이라든가 고봉민 김밥이라든가 하는 체인점 김밥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화려한 비주얼의 김밥도 맛이 참 없다. 그 김밥들이 왜 맛이 없는지 분석해보니 재료를 화려하게 넣다가 밥과 재료의 비율이 깨져 있어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깁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이다. 밥과 재료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 맛을 좌우한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이라면 굳이 촛물을 이용해 간을 맞출 필요도 없다. 참기름 조금 넣고 잘 저어주기만 하면 된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화려할 필요.. 2014. 7. 27. 내가 좋아하는 수업 교육현장에 전자책을 도입한다는 얘기가 나온지도 꽤 됐다. 예산 부족으로 전면 실시가 안되는 것이겠지만 언젠가는 이뤄질거라고 본다. 몇년동안 참 다양한 교육 방법들이 제시됐었다. ICT교육, 유비쿼터스 교육.... 그리고 그것은 하나같이 교육의 방법론을 논했을 뿐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요즘 학생들은 수업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다. 그러기에 학생 친화적인 쉬운 수업, 재밌는 수업을 하라고 한다. 수업 자료도 다양하게 이용해야 하고, 교사는 한명의 종합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수업이 재미 없으면 학생들로부터도, 학부모로 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더욱이 우리 학교는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 없는 학교를 표방하고 있기에 학생을 재우지 않을 어떤 노하우를 교사 스스로 터득해야한다. (잔다고 체벌을 할 .. 2014. 6. 24. 그 마음에 담긴 것 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그 마음에 담긴 어떤 것을 다른 사람도 읽을 수 있기 바라는 작은 소망. 아니 어쩌면 그 마음을 담는 그것만으로 완성일지도. 2014. 6. 23.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