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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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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증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1. 홍수로 물이 들어차 집 지붕 위에 고립된 한 남자가 자신을 구해달라고 신께 기도드리고 있었다. 잠시후 보트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으나 그는 신께서 구해주실거라며 거절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구급 헬기가 날아와 사다리를 내렸지만 신의 구원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재차 거절했다. 결국 그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했고 사후 세계에서 신을 만나 물었다. 자신이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왜 구해주지 않으셨냐고. 신이 반문했다. 내가 보낸 보트와 헬기의 구원은 왜 거절했나고. 2.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은 종교인가? 신인가? 세상의 도리를 버리고 종교의 인도를 따르는 것은 인간의 뜻인가? 신의 뜻인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위험 ..
학교에서의 감염확산을 막아내기 위해 우리학교 학생은 750명 남짓. 개학하면 아침7시30분부터 등교하는 모든 학생의 체온을 체크해야 한다. 학생들을 10줄로 세워 교문을 지나게 하고 10여명의 교사들이 아침마다 나와 체온계로 1차 체크하고 체온이 높은 학생을 따로 격리해 2차 체크를 한후 그래도 높은 학생은 후조치를 한다는 계획이다. 상급기관에서 내린 지시에 따라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전국 모든 학교의 등교 시간 풍경일 것 같은데 문제는 저렇게 했을때 아침 등교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저 행위 자체가 야기할 수 있는 2차감염의 위험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역대책은 교문에 열감지기를 놓고 1차 체크를 한뒤 이상이 있는 학생을 걸러내는건데 가격이 너무 비싸 학교 예산으로는 살수가 없다는거다. 신종플루 때도, 메르스 때도..
미끄럼주의 세상에서 겪은 좌절과 실패에 대한 경험이 늘어감에 따라 움츠려들고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보면 영화 올드보이에 나왔던 상상력이라는게 사람을 얼마나 비겁하게 만드는가 하는 대사가 떠오르곤 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미끄러질 가능성이 너무 높은데다가 사회구조 자체가 예전과는 달리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기 힘들기에, 올라가는건 어렵지만 떨어지는건 너무 쉬운 일이기에, 삶에서 얻은 쓰디쓴 경험들 때문에 미끄러진 이후의 상황을 너무 디테일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된 나는 하루 하루를 젖은 계단을 걸어올라가듯 조심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꿈의 높이 혹은 깊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은 꿈, 하지만 그 높은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세상의 깊은 곳, 내 마음 속의 기저까지 침잠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그 꿈의 높이를 재어야 할까? 아니면 깊이를 재어야 하는걸까? 나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걸까? 아니면 가장 깊은 바닥까지 떨어져야하는걸까?
나에 대한 이야기 나는 창으로써의 사진을 찍고 있는가? 거울로써의 사진을 찍고 있는가? 그동안 나는 바깥 세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사진을 찍어왔다고 착각했지만 지금와서 보니 철저히 나와 관련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창을 통해 바깥을 본 것이 아니라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겠지. 거울을 통해서도 바깥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창을 통해서도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지금 같은 시대에 그런 것을 구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만.
모두의 핀트는 다르다 위와 아래의 사진은 같은 곳에서 같은 피사체를 동일한 조건에서 찍은 것이다. 다만 핀트는 다른 곳에 두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 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공존의 첫걸음이다.
우리는 그런 길 위에 서있다. 대구가 힘들다. 경북이 힘들다. 코로나19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전국에서 대구와 경북을 응원하고 있고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상황을 챙기고 있으며 질본은 전염병 확산 차단의 변곡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 경북의 사람들은 대통령과 현정권을 욕하기 바쁜 모양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은 신천지라는 종교임이 명약관화한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분노를 대통령에게 쏟아내고 있다. 현정권의 지지자들과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대구 경북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잘해줘도, 물에 빠진걸 구해줘도 결국 돌아올건 욕밖에 없다며 그들이 지지하는 모당에서 알아서 해결해야하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
마음을 가라 앉히며 대구에서 터진 사태로 인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가 진절머리나게 싫어진 모종교에 대한,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어떤 정치인들에 대한, 그저 남탓만하고 욕할 포인트만 찾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지옥을 헤매고 있다가 겨우 마음을 가라 앉힌다. 이미 터진 일을 어찌하겠는가? 최선을 다해 조심하며 수습에 동참해야지. 정말 싫은 사람들이지만 같은 배에 타고 있는 이상 그들이 배를 가라앉히는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이순간 가장 힘들 사람들은 최전선에서 질병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권을 행사해야할 사람들이 아닌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믿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이 지시하는 것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는 것 뿐.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