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ary thought534 필리버스터 민주주의, 역사, 인권, 자유 - 제340회 국회(임시회) 본회의 회의록 제7호 - 무제한토론 속기록 전문 20160223-20160302 192시간 27분 테러방지법안 통과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무제한 토론. 국민들에게 필리버스터라는 생소한 단어를 잊을 수 없는 단어로 각인시킨 의원들. 그들 투쟁 기록이 발간되었다. 내가 이 속기록을 꼼꼼히 읽어보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미 동영상으로 대부분의 주요 내용을 들었으므로 이 책을 통해 그 내용을 복기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가끔 읽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책 구입도 필요하다. 이 치열했던 투쟁의 한자락을 내가 바라보고 있었다는 증거를 남겨놓고 싶은 그 마음이 강했다고 해두자.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는 시도되기 힘들, 그래서 더더욱 빛나게 기록될 무제한 토론. 이길 수 없는 싸움일 줄 알면서도 당당하게 나섰던 그들의 모습과 그 말들을 이렇게라도 기억.. 2016. 3. 18. 새학기의 교사들 새로운 학교로의 전근. 교사가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최대 연한은 5년이고 한 지역에서는 8년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기존 학교, 근무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한다. 새로 옮긴 학교의 학생들과, 동료교사들과, 직원들과 익숙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학교마다 지역마다 많은 것들이 달라서 가끔 당혹스럽기도 하다. 학생들도 천차만별, 전혀 맡아 보지 않았던 업무를 담당하면 처음부터 새로 배워가야한다. 새학기가 힘든건 학생도 교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앞에서는 태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 교사는 교사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2016. 3. 3. 배영 - 선생님의 뒷모습 오늘 입학식에서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등을 보며 중학교 때 읽었던 배영이라는 수필을 다시 읽는 듯한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빛망울로 화한 학생들 앞에 서계신 선생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으시는 선생님. 내 주위의 몇몇 사람들과 학교 얘기를 하다보면 학창시절 선생님들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참 행복한 학교 생활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나 역시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선생님은 있으나 내가 만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다시 만나도 너무 반가울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분들이다. 오늘 그 선생님들 중 한분의 등을 보면서 나는 어떤 선생이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내 기분과 어줍잖은 .. 2016. 3. 2. 쌈마이 세상에서 쌈마이를 외치다. 오늘 내가 쌈마이로 느껴지는 것은 내가 진정 쌈마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이 나를 쌈마이로 대접해서인가? 아주 정말 쌈마이들에게 쌈마이 취급을 당하니 이건 기분이 참으로 쌈마이하다. 야 이 쌈마이들아. 사람이 쌈마이 대접 안하고 높이 쳐주니까 쌈마이인 니네들한테 설설기는 쌈마이 같냐? 이 놈의 쌈마이들 그냥 확. 그냥 영원히 아웃이야 이 쌈마이들. 이제 그냥 쌈마이는 쌈마이 취급할거야. 쌈마이를 귀족처럼 대접해줬더니 지가 잘나서 그러는줄 알아. 니네들 없어도 우리 인생만 잘살아. 불쌍해서 대접해줬더니. 쌈마이들에게 쌈마이 대우를 받고 있었다는 걸 같이 쌈마이 대접받은 형에게 전해듣고 기분이 아주 쌈마이했던 저녁. 쌈마이 같은 비속어를 남발해서 죄송합니다. 일본어 비속어라 그냥 삼류라는 용어를 쓰는게 나.. 2016. 2. 2. 독서를 합시다 - 일본이 부러운 딱 하나의 이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 일본이 부러운 딱 하나의 이유, 그건 독서 문화와 서점입니다. 어딜가나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 사람들은 책을 많이봅니다(스마트폰 보는 사람이 없는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독서열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서점이죠. 일본의 서점은 정말 대단합니다. 도쿄에서 들렀던 한 서점의 직원은 전세계의 모든 책이 일본어로 번역된다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내더군요. 우리나라는 서울이나 주요 도시급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규모의 서점이 지역별로 다 들어차 있는 모습을 보며 정말 부러웠습니다. (제가 사는 통영의 서점은...... ㅠ_ㅠ 문제집 판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진주에는 진주문고가 있긴하지만 그곳도 책의 양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제가 구하려는 책은 대부분 구비가 .. 2016. 1. 17. 인파 속에서 홀로 걷다 가끔.... 그저 혼자 걷는 것만으로 만족스런 기분이 들때가 있다.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관계에 둘러쌓여 있는 요즘 혼자가 된다는게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016. 1. 17. 세월은 흐르고 흘러 홍안의 소년은 백발의 노인으로 변하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 홍안의 소년은 백발의 노인으로 변하고.... 의천도룡기라는 김용의 소설에 나오는 한구절이다. 시간이 참 무심하게도 흘러가는걸 요즘 내 몸 상태를 보며 느낀다. 오늘도 한군데가 고장나서 병원에 들렀다 왔다. 예전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인데 병원까지 들러야 한다는게 왠지 서글프다. 벚꽃 터널 및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저 소녀들도 이미 대학을 졸업해 취업 전선에 나서고 있을 나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진 한장에서 시간의 흐름과 대상의 부재를 읽으며 세월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2016. 1. 15. 아무도 없는 붉은 공간에서 붉은 육상 트랙 위에서 쌩뚱맞게 볼트래핑 연습을 하고 있는 저 아이처럼 어쩌면 나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리고 내게 맞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저 순간 아이는 저 공간이 아닌 볼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고 나 또한 사진판이 아닌 사진에 집중하고 있을 뿐인데. 2016. 1. 11. 시작이 두려운 한주 내일부터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구나. 왠지 시작이 두렵다. 명확하게 보이는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걸까. 일주일 뒤에 똑같은 걱정을 하며 시간을 날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주 비생산적인 나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것은 있겠지만 유의미한 어떤 것이 아니라 각질처럼 무의미한 시간의 두께에 불과한 것이겠지. 2016. 1. 10. 내가 만난 또 한명의 노마드 노익상 작가님과 그의 동반자 록스타R2 작년 이맘때 찍은 사진인데 이제야 올려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노익상 작가님과 그분의 애마입니다. 노익상 작가님은 가난한 이의 살림집, 겨울로부터 봄 등의 사진 에세이집을 출판하신 한국다큐멘터리 사진계의 큰선배님 중 한분이십니다. 전국을 돌면서 서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으시며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을 워낙 잘쓰셔서 가끔 작가님의 책을 다시 읽다보면 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너무나 존경했던 권태균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네 삶을 기록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제가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이 몰고다니시는 차는 이미 단종된 아시아 자동차의 록스타R2입니다. 선생님의 책에도 이야기가 나오지만 참 긴 시간을 선생님의 취재 활동과 같이 했던 녀.. 2016. 1. 8.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 10주년 - 휴식같은 곳 2006년부터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했으니 이제 10년이 넘었다. 가벼운 일기장으로 시작한 것이 방문자수도 100만명이 넘었고. 어쩌다보니 4년 연속으로 티스토리 우수블로그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실 크게 도움되는 내용도 없는 그저 그날 기록해두고 싶은 일들을 가볍게 올리는 것에 불과한 이 공간을 과분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셔서 어리둥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든다. 별 의미없는 기록들인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되고 의미를 가지더라. 그냥 찍어서 남겼던 제자들의 사진이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에게 큰 의미가 되어주는걸 보면. 그래서 이 공간을 쉽게 놓지 못하겠다. 내가 남기는 글과 사진들은 나 자신의 발자취만일수도 있지만 나와 함께 살아갔던 사람들의, 시대에 대한 짧은 흔적들일 수도 있.. 2016. 1. 7. 사진작가 권태균 유작사진집 노마드(NOMAD) 나의 2015년은 권태균 선생님의 부고로 시작됐다. 전날까지도 페이스북으로 신년 축하메시지를 주고받던 선생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걸 믿기는 어려웠고... 파주까지 달려가 영정사진을 바라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리고 일년이라는 시간이 무심히 흘러갔다. 2015년의 마지막 날, 국내에서 두번째로 권태균 선생님의 유작 사진집 노마드를 받았다. 결국 내 2015년의 시작과 끝은 모두 선생님과 함께였다. 사진집을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사진에서 숨결이 느껴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바라보는 모든 것을 존중했던 사진가 권태균의 숨결이 그 따듯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래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2015. 12. 31. 이웃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드디어 올해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올 한해도 어찌 어찌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내년에도 그러하길 바라며 좋은 작업으로 만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2015. 12. 31. 페츠발 - 여전한 막막함 이제 며칠후면 38살 하지만 아직도 대양 앞에 서있는 아이처럼 세상살이는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손발이 다 묶인채로 링 위에 오르는 기분을 매일 느낀다. 알면 알수록 모순으로 가득찬 이 세상.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대체 무엇인가? 2015. 12. 30. 고성중앙고등학교 - 흔한 고3 담임의 소회 흔한 고삼 담임의 소회. 아이들이 떠나간 교정의 이곳 저곳을 발길가는대로 걷고 보이는대로 셔터를 누른다. 고삼담임은 참 싫다. 학교를 옮긴지 일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10년은 근무한 것 같은 느낌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 담임의 기말과는 확연히 다른 쓸쓸함. 사람의 마음을 빨리 늙게 만든다. 2015. 12. 28. 세계의 조각을 맞춰 나가다 예전에 컬드셉트라는 만화를 본적이 있다. 세계의 모든 것이 담긴 컬드셉트라는 책이 모종의 사건으로 조각이 나서 세계에 카드 형태로 흩뿌려지게 되었는데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 대결하며 카드를 모두 모아 세계의 원형인 컬드셉트를 다시 구축하려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였다. 요즘와서 생각해보니 내게 사진이라는 것이 그와 비슷한게 아닌가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의 원형을 찾기 위해 흩어져 있는 감정의 조각들을 찾아서 맞추는 과정. 쉽게 찾아지지 않지만 착실히 한조각 한조각씩 맞춰가다 보면 언젠가 세계라는 큰 그림이 완성될 것 같은 느낌. 거창하게 보이는 이야기의 기저에는 이런 유치함이 깔려있는거다. 그러고보면 내게 모든 것이기도 한 사진은 참으로 소소하기만 한 것이기도 하구나. 2015. 12. 27.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