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모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했었네.
지금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말하지.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직도 몸과 마음을 바친 충성을 바라는 모양이네.
지금에 와서 이 나라가 이렇게 될걸 어찌 알고 나를 국기로 삼았을까?
내 얼굴에 새겨진 음과 양, 하늘과 땅, 물과 불....
모두가 조화를 뜻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제는 분단, 빈부의 격차, 끝없는 대립만
상징하는 슬픈 흉터가 되어버린 것을.
푸른 옷자락으로 가려진 가린 붉은 몸은
마치 저 반민족의 세력이
숭앙하는 그것과 닮게 될 것임을
어찌 그리 잘 알았을까?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네
내 얼굴이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조화의 상징이 되는 그날을.
요원한 꿈이라 비웃지는 말게.
지나간 굴곡의 나날 속에 때로는 불에 타고
때로는 피에 젖어온 내가
그만한 꿈 정도는 꾸어도 되지 않겠는가?
이보게들 멀리서 냉소하지만 말고
달려와주지 않겠는가?
내 푸른 옷자락을 좀 잡아주면 안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