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해 모처럼 서피랑에 올랐다. 이순신의 도시라 칭하면서 그가 누구와 싸웠는지를 잊고 박경리의 유산에 기대어 살면서 일본산고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지켜낼 의지는 없는 것 같다. 복잡한 심정과는 달리 산수국이 핀 서피랑 공원은 싱그러운 여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서피랑을 한바퀴 돌다보니 몸은 땀범벅이 되었지만 불쾌하고 눅눅했던 기분은 뽀송뽀송하게 마른 수건같아졌다. 몸의 감각과 정신의 감각이 이토록 다르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퇴근 후에는 커피 한잔 내려마시는게 일상인데 어제는 너무 더워 하이볼. 예전에는 토닉워터나 진저에일로 만든걸 선호했는데 요즘은 탄산수를 더 좋아한다. 위스키가 가진 풍미에 청량함을 더해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
일회성 만남으로 끝났던 녀석들.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10배 정도 빨리 간다고 하니 저녀석들을 만나 보낸 10여분의 시간들은 실제로는 한두시간 정도의 의미를 가졌을까? 그들에게는 큰 인상으로 남지 않을 짧은 스쳐감이지만 잊지 않고 싶어 굳이 한장 한장 찍어놓는다. 요즘 사람의 평균 수명을 70 정도로 본다면 담임으로서 한 학생을 만나는건 그들의 삶 중 1/70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전체 인생 중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고 유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은 그보다 더 짧을테니 실제로는 생각보다 더 길고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적어도 길냥이와의 짧은 스쳐감보다는 의미있는 뭔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잘모르겠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건지. 근래 몇년간 학생들의 사진을 거의 찍..
잊혀지지 않는 모욕감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고는 감정의 손톱으로 할켜져 붉게 부어오른 생채기에 술을 들이부어 소독하는 것 뿐. 선생이라는 이유로 이런 굴욕적인 감정을 맛보며 생을 이어 나간다. 날 언제 봤다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가? 내가 선생이라는게 당신에게 갑질을 당해야할 이유가 되어주진 않을텐데? 그 와중에 오리지널비어컴퍼니의 문라이트2가 너무 맛있어서 위로가 되는구만. 요 몇년 선생질하면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보람과 희열이 이 한잔에서 느껴진다. 가벼운 라거 계열이었으면 아무 도움이 안됐을거야. 묵직한 풍미가 날뛰는 감정을 꾹 눌러줘서 너무 고맙다. 그들 말대로 국민의 세금으로 주시는 작고 소중한 월급으로 구입한 한병이니 감사히 마셔야지. 좋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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