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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37

나의 진주 - 여름이었다 소나기가 내렸다 말았다 하다 적란운이 높이 솟은 하늘, 단정한 옷차림을 한 아가씨처럼 새초롬하게 떠있던 상현달, 그 위로 경쾌하게 날아오르던 이름 모를 새 한마리, 순간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였던 가로등의 각도와 붉은 간판의 묘한 조합, 한참을 쳐다보고 있어도 날아가지 않고 한장 찍어 달라는듯 서성이며 까악거리던 까치, 술집 양철 간판을 배경으로 늦은 오후의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던 은행나무, 묘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준 수박 상인과 그 옆으로 바삐 걸어가던 아주머니의 조합, 풋더위에 지쳐 늘어져 있었지만 경계하는 본능까지 놓지는 않었던 길고양이,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먹은 시리게 차갑고 달고 씁쓸했던 녹차 빙수 한그릇, 모든 것에 여름이 묻어 있었다. 어느새 그 계절 위에 서있다. 그리.. 2023. 6. 16.
A moment 이것이 왜 내 시선을 끄는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동하게 하는지 알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그저 찍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바라본 후 비슷한 사진이 모여 있는 폴더에 담아두고 잊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폴더 속에서 다른 사진들과 어우러져 묘한 느낌으로 변화한다. 찍었던 순간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라진 뭔가가 프레임 속에 자리 잡아 내가 찍었으되 내가 찍은 것이 아닌 사진이 된다. 사진들이 스스로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때로는 시, 때로는 소설, 때로는 수필. 그것을 사람들이 보고, 읽고, 들을 수 있는 형태로 풀어내는 것은 나의 일이나 그 이야기 자체가 나로부터 발현되었다고 봐야 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찌 보면 나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내 속에 담.. 2023. 6. 15.
My wife My wife 모든 것이 저물어가는 세상에 마지막까지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어주는가? 2023. 6. 14.
커피 커피 커피 - 네스프레소 캡슐커피와 트레져스 통영 코스타리카 빌라사치 필터커피와 공감로스팅팩토리 시그니쳐 블렌드 커피 헤비드링커는 아니라서 원두를 200g 정도씩 소량으로 구매하기에 가끔 원두가 없는 아침을 맞이한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캡슐커피를 마시는데 이게 놀라울 정도로 맛이 없다. 불과 3달 전 네스프레소로 커피에 입문해 만족스럽게 마시고 있었던 나였거늘. 좋은 것에 익숙해지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다양한 분야에서 취향만 고급화되는 게 무섭다. 작고 소중한 내 월급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다. 와이프 말대로 학창시절에 만화가 같은건 꿈도 꾸지 말고 공부만 해서 훌륭한(이라고 쓰고 돈 잘버는 이라고 읽는다.) 사람이 됐어야 하는건데. 트레져스 통영에서 필터커피 한잔 하려고 앉아 있으니 동포루 위로 적란운이 솟아올랐다. 비행기라도 한대 날아주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한 시간 동안 새 한.. 2023. 6. 13.
수시와 고교학점제 1. 수시(수시 혹은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이지만 입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거의 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하나로 묶어서 얘기하자.)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고 사교육 시장의 확대로 인한 교육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며 반대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침묵했지만 이제는 반문하고 싶다. 우리나라 모든 상황에서 그 어떤 가치보다 공정을 중시하고 있는데, 다른 부분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말하고 있는데 입시에서는 왜 그것을 적용해서는 안되는가? 사교육이 활성화되든, 학생들이 힘들든 개인이나 집단의 주관이 반영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절차적 공정성이 확보되는 수능 성적.. 2023. 6. 12.
주말 - F1963 테라로사 르완다 저스틴, 해운대 오발탄, 광복동 롯데백화점 딘타이펑, 스위치 MX그립콘 그리고 수국 어쩌다 보니 몇 년 동안 갈 일이 없었던 F1963에 한 달 상간에 두 번이나 방문. 지난번엔 테라로사를 그냥 스쳐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남아서 드립으로 한잔했다. 초대형 매장답게 직원들은 기계적으로 친절한했지만 어딘가 쩔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스 드립이 가능한게 르완다 저스틴이라는 원두 밖에 없어서 그걸로 주문. 컵노트는 살구의 풍미와 꿀의 짙은 향, 단맛의 여운. 정말 진하게 내려서 처음에는 과일의 산미가 치고 나오다가 나중에는 머리가 좀 아플 정도로 단맛이 느껴졌다. 어딘가 균형감이 좀 무너진 듯했던 한잔. 얼마 전에 유퀴즈에 나왔던 테라로사 사장님은 맛없는 커피는 다 안 마신다고 하시던데 이 커피는 어떻게 평가하셨을지 궁금하다. 1세대 스페셜티 브랜드라는것 말고는 전혀 몰랐는데 베이커리 .. 2023. 6. 11.
Just snap in Busan Waiting until a point enters inside a constructed form that appears sturdy. 2023. 6. 11.
망연자실 밀릴 대로 밀려 정리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다이어리를 바라보는 심정. 그게 요즘의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주된 감정. 해야할 것을 하지 않고, 이뤄야할 것을 이루지 못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며 그저 시간이라는 물결에 휩쓸려 흘러가고만 있는. 망연자실이라고 할만하다. 2023. 6. 10.
통영 도민체전 블랙이글스 에어쇼와 동네 금수(?)들의 공습경보 퇴근해서 쉬고 있는데 비행기 굉음이 들려 창가로 달려갔다. 통영 도민체전 개최를 축하하기 위한 블랙이글스의 에어쇼가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듣기는 했었는데 우리 집에서 그걸 보게될 줄은 몰랐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스스로를 맹금, 맹수라고 착각하고 사는 우리아파트 비둘기와 길냥이들이 비행기 소리에 식겁한듯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아마 녀석들에게는 며칠전 오발령된 서울의 공습 경보와 같은 급의 재앙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태 종결후 현타가 온듯 앉아있는 비둘기 한마리와 봄이의 모습을 찍어보았다. 2023. 6. 10.
중2병 모든 지표들이 경보를 알리고 건너지 말라는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데도 괜찮다며 괜찮다며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가는. 다름 아닌 당신, 그리고 우리. 2023. 6. 9.
Just snap - cross the line 하... 선넘네. 2023. 6. 8.
Just snap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마음의 온도와 머리의 온도가 너무 달라 표정이라는 이름의 커다란 이슬 방울들이 얼굴에 맺힐 때. 2023. 6. 7.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공감로스터리 내죽도 공원 깊은 골목길 안에 이런 곳이 숨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지냈다. 매장에서의 커피 판매보다는 원두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공감로스팅팩토리.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탁자와 두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카운터 좌석 두개가 있어 불편함을 감수하고 앉는다면 4명 정도는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에 진심인 사장님이 해주시는 이런 저런 이야기(원두를 직접 꺼내 향을 맡게 해 주실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다 보니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인생도처유상수라고 하더니 통영 곳곳에 은둔 고수들이 있다는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인퓨즈드 샤인머스켓. 커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인퓨즈드 커피, .. 2023. 6. 6.
오늘의 길냥이 - 시도 혹은 겨울이 시립도서관 앞을 지나가는데 시도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 했는데 여학생 두 명이 겨울이라 부르며 시도를 반기고 있었다. 녀석은 나보다 여학생들이 좋은지 휙 돌아서 그들에게 가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먹을 걸 주지 않자 그제야 나를 바라보며 애옹거리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츄르를 갖고 있지 않은 날이었다. 궁디 팡팡 몇 번 해주고 나니 내가 빈털터리라는 걸 눈치챈 녀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 길을 향해 사라졌다. 누군가에게는 겨울이, 또 누군가에게는 시도, 공공재인 길냥이의 이중 생활을 잠시 엿본 순간이었다. 2023. 6. 6.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집 근처에 생긴 이자까야 도마 집 근처에 이자까야가 생겼다고 하니 동네 주민으로서 그냥 있을 수 없어 다녀왔다. 조인수 부대찌개 옆, 식탁이라는 가정식 백반집이 있던 곳이었다. 오토시는 새싹 샐러드와 튀긴 건새우. 다마고멘치가츠 - 나쁘진 않았는데 약간 오버쿡 된 것 같은 느낌. 노른자가 조금 덜 익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건 2년전 지금은 토라라는 이름으로 바뀐 진주 숙성회찬에서 먹었던 다마고멘치가츠, 개인적으로는 이정도의 익힘이 좋았다. 야끼우동 - 조금 밍숭맹숭.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는걸 주문하고 잠시 뒤에 알게되서 가능하면 안맵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조리가 이미 시작된 후 말씀 드렸던 탓에 양념이 약하게 들어가버린 듯 했다. 그냥 디폴트 상태의 메뉴를 먹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베이스 위스키는 제임슨).. 2023. 6. 6.
탐론 35-150mm F2-2.8 오스틴 스킨 작업 탐론 렌즈들 중 일부는 외장 재질이 스크래치에 너무 취약해서 어쩔 수 없이 스킨을 입혀야 한다. 35-150도 마찬가지. 탐론 35-150을 며칠 사용하다보니 다른 렌즈를 마운트할 일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야간 저조도에서는 F1.2나 1.4의 단렌즈가 가끔 생각날 때도 있었지만 포토샵에 AI 노이즈 리덕션 기능이 업데이트 된 이후에는 그마저도 사라져 버려 진짜 이 렌즈 하나로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 예전에는 촬영 나갈때 광각, 표준, 망원을 챙겼다면 이제는 광각과 35-150이면 충분하니 참 편해졌다 싶다. 2023.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