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몇 년 동안 갈 일이 없었던 F1963에 한 달 상간에 두 번이나 방문.
지난번엔 테라로사를 그냥 스쳐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남아서 드립으로 한잔했다.
초대형 매장답게 직원들은 기계적으로 친절한했지만 어딘가 쩔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스 드립이 가능한게 르완다 저스틴이라는 원두 밖에 없어서 그걸로 주문. 컵노트는 살구의 풍미와 꿀의 짙은 향, 단맛의 여운. 정말 진하게 내려서 처음에는 과일의 산미가 치고 나오다가 나중에는 머리가 좀 아플 정도로 단맛이 느껴졌다. 어딘가 균형감이 좀 무너진 듯했던 한잔. 얼마 전에 유퀴즈에 나왔던 테라로사 사장님은 맛없는 커피는 다 안 마신다고 하시던데 이 커피는 어떻게 평가하셨을지 궁금하다.
1세대 스페셜티 브랜드라는것 말고는 전혀 몰랐는데 베이커리 맛집이었던 건지 빵이 무척 맛있었다.
몇 년 만에 추억을 상기하며 들러본 해운대 오발탄. 이제는 비싼 고깃집이 넘치고 넘쳐서 너무 비싸다에서 비싸다 정도로 인식이 변하게 된 가게지만 처음 갔을 때는 영수증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했던 곳이다. 1인분 4만 원대의 메뉴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은 예나 지금이나 갖추지 못했기에 그나마 저렴한 점심 특선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주말에는 안된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특양과 대창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특양은 여전히 좋았지만 대창은 다른 곳에 비해 퀄리티가 좋다고 보긴 힘들었다. 고기 구워주시는 분도 불친절하진 않으셨지만 홀에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 모두가 우리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먹었더니 내내 불편했고. 비싼 가격임에도 음식퀄리티와 접객에서 다른 곳과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디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걸까? 어른들 모시고 특양이나 대창을 먹기는 이만한 곳이 없겠지만 나는 그냥 백화양곱창에서 왁자지껄하게 먹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광복동 롯데백화점 지하에 딘타이펑이 생겼길래. 대만 여행가면 꼭 들리는 국민 코스라고 하는데 대만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서 한국에 있는 곳이라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샤오롱바오 샘플러는 만두피가 조금 더 촉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중식 냉면은 딱 기대했던 맛이라 땅콩소스 왕창 넣어서 맛있게 먹었다. 소고기 볶음밥도 별다른 특징은 없었지만 고슬고슬하게 잘 볶았고. 디저트로 시킨 팥샤오롱바오도 팥소는 너무 좋았지만 피가 좀 말라있어서 감점. 딤섬 전문점이 없었던 예전이라면 칭송하며 먹을만했겠지만 이젠 한국 사람들 수준도 꽤 높아져서 그냥저냥 평타 치는 집 정도로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젤다의 전설을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정품 조이콘 버튼이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이 구입한 MX그립콘. 정품 아닌 호환제품이 정품보다 더 사용하기가 좋다.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그립감과 조작감이 만족스러우니 집에서만 사용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딱 맞는 제품. 물론 버튼감이 정품에 비해서는 약간 부족하지만 버튼이 크고 정품의 그 깨알 같은 느낌과 달리 시원시원해서 게임 플레이가 훨씬 즐거워졌다. 진작 구매했으면 스위치 게임들을 좀 더 많이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새벽미사 다녀오던 길에 만난 수국. 아파트 같은동 1층 주민분께서 화단에 정성껏 키우고 계신 덕분에 매년 멀리 가지 않아도 예쁜 수국을 즐길 수 있어 너무 좋다(감사합니다!.) 나이 40이 넘어설 무렵부터 수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게 너무 아쉽다. 분명 내가 어린 시절부터 똑같은 자태로 곳곳에 피어났을 터인데 이 좋은 것을 인생의 중반에 들어서야 알게 되다니. 살면서 놓치고 있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한둘이겠냐만은 몇몇의 것들은 너무 늦게 마음에 들어온 것이 아쉬워 슬픈 마음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바지런히 챙기고 가슴에 담아 하나라도 더 즐기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