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철 작가님의 장모상에 들리기 위해 진주에 왔다가 어머니 집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몇컷 찍었습니다. 노을빛이 역대급이라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어스럼이 짙어지는 시간대의 아파트 복도를 보니 어린 시절 학교 마치고 돌아와 어두운 집의 불을 켤때 느꼈던 서늘한 외로움이 느껴져 기분이 묘했습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좋아하고 싶지만 참 싫은 그런 계절입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이 무렵. 장례식장에 함께 갔던 조경국 방주님과 다원에서 맥주 한잔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가 만나고 싶어하는 진주지역 셀럽을 그렇게 오랜 시간 독점하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네요^^; 배원장님도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대상포진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져 계시다더군요.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출시 당시 가격이 600만원이 넘어서 언감생심 꿈도 못꿨던 렌즈였습니다. 칼짜이스에서 VDSLR용으로 출시했던 영상용 렌즈 라인업인 CP.2(컴팩트 프라임2). 물론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린 상태지만 그래도 이 렌즈를 구매하는데는 상당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최신 Af 렌즈들의 성능이 엄청난데 지금 굳이 출시된지 8년이 다되어가는 렌즈를 구매해야하는가? 영상용 렌즈를 스틸사진 촬영에 쓰는게 무슨 효율이 있는가? 등등의 의문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렌즈였기에 (빌려써서는 렌즈의 진가를 느끼지 못하는 희안한 병을 가지고 있기에) 결국 손에 넣고 말았습니다. 렌즈를 받고 나서의 첫느낌은 이런 만듦새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구나 였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기분..
편스토랑에 나왔던 마장면이 발매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기에 집근처 CU마트에 갈때마다 찾아봤지만 항상 품절.... 결국은 1년에 한번 정도 사용하는 CU냉장고 앱을 통해 사전 주문한 후 수령해왔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시식 후기들을 읽어보니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이라 꺼림직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전에 구구 우육면에서 먹어봤던 마장면과 비슷한 느낌이긴 했다. 땅콩소스에 매콤함을 가미했다는게 느껴졌고 면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 제품과 일반 컵라면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후자를 선택하겠지만 마장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성향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마장면이라는 음식 자체에 대한 재현 정도는 꽤 높은 편인듯 하니. 어쨌든 내가 이 제품을 다시 구입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내 사진은 너무 명료하다. 많은 리뷰어들에게 지적 받았고 그로 인해 자주 고배를 마셨다. 오랜 시간 동안 근대적 사관에 따라 역사의 인과관계를 생각해왔던 터라 포스트모더니즘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 사진의 성향에도 영향을 주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랬다. 나는 사진을 참 정직하게 찍어왔다. 의미없는 모호함을 견디지 못했다. 의미가 곧바로 드러나는 사진은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지 못한다. 곱씹을수록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어 나가는 모호함이야 말로 컨템포러리 사진의 미덕이라고 들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분명 근대적 사진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맞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 속에 그 시대의 담론이 녹아들어가 있다면, 보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동시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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