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305 모호한 감정의 공격 갑자기 몰려드는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두려움도 분노도 아닌, 미묘한 설레임, 어긋남, 불안함 등의 공존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뭉뜽그려진 채 굴러와 갑자기 부딪혀버린 것 같다. 그리운 어느 시절의 봄날 같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던 그 겨울날 눈오던 청주 기차역에 서있는 듯도 하다. 이틀전에 마신 술이 아직 안깨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감정을 사진으로, 글로,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내 능력이 너무 비루하다. 2023. 2. 2. 개인주의와 중도를 참칭하는 이들에게 내가 만나고 겪었던 사람들만으로 한정해서 말하자면 개인주의자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기주의자였고 중도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자였다. 진짜 개인주의자들은 실제로는 이타적이었고 진짜 중도들은 누구보다 정치 의식이 높고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2023. 1. 19. 멸망을 향해 기쁜 발걸음을 내딛는 동지들에게 뜬금없이 우울한 얘기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멸망은 이미 확정되어 있다. 그 속도가 문제인데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면 가속도를 줄여볼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정해진 파국을 막을 수는 없을테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바꿀 생각이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바껴서 막아주길 바랄 뿐이다. 뻔히 보이는 낭떠러지를 향해 기쁜 걸음을 내딛는 동지들과의 동시대를 살아가는데 대해 큰 불만은 없다. 정해진 끝에 도달하는 것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 그 끝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 두려운건 사실이지만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기에,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두려운게 없었기에 그러려니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능력있고 운이 있는 사람들은 그 점에 도달하는게 조금 늦어질지도 모.. 2023. 1. 13. 회자정리 세상에 끝나지 않는 연회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헤어짐이 무서워 오래전에 놓았어야 할 끈을 억지로 잡고 있었던 거다. 한 두 사람의 주도로 근근이 이어지는 모임은 그들이 마음을 놔버리는 순간 끝나는 법. 이제 나도 마음을 내려놔야겠다. 헤어졌다가 만나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삶이니 또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겠지요. 저도 이제 이 아쉬움을 딛고 서서 헤어짐을 받아들이겠어요. 2022. 12. 29. 동시대인이란 - 조르조 아감벤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자이다. 모든 시대는 그 동시대성을 자각하는 자들에게는 어둡다. 따라서 동시대인이란 이 어둠을 볼 줄 아는자, 현재의 암흑을 펜에 적셔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는 자이다. 조르조 아감벤 2022. 12. 28. 내 마음 같은 사진 흑백이 아닌데 흑백 같은 사진. 회색으로 물든 세상에서는 어떤 카메라를 들어도 흑백으로 나올 뿐이지. 내가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얘기해도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뿐. 2022. 12. 24. 사위다 2022년, 44살의 한해가 내 모든 열망, 수많은 미련과 함께 사위어간다. 이젠 시작보다 끝이 가까운 때. 가득차 있던 시계 속의 모래가 끝을 보일 때 더 빨리 흘러내리 듯 느껴지는 것 처럼 내 인생의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마지막 한알의 모래가 떨어져 내린 후 다시 뒤집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모래시계와는 다른 것이 삶. 2022. 12. 21. 정체 모두들 서둘러 동굴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어쩔 줄을 모르고 서있는 느낌. 이 나이를 먹도록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게 두려운 내가 한심해 보인다. 그냥 같은 자리에 앉아 밍기적거리고만 싶다. 2022. 10. 26. 무기력함 티스토리가 멈춰있었던 며칠동안 몸이 안좋아 무기력감에 휩싸여 있었다. 인생의 방향성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그저 하루 하루를 소모해가는 삶. 나는 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룰 것인가. 2022. 10. 18. 심연 학교에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걸 느낀다. 이대로 계속 내려가다가는 심연에 빠질 것 같은 무서움이 들어 애써 마음을 잡아 억지로 끌어올린다. 숨이 턱턱 막혀 햇볕을 쐬러 학년실 밖으로 나간다. 쉽지 않다. 언제부터 학교가, 내 삶의 터전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졌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하게 지내고 있지만 사실은 순간 순간이 버겁다. 2022. 9. 27. 기회주의자들의 세상 바른 말 그리 잘하던 학자들, 교수들, 언론인들, 종교인들, 셀럽들 다 어디갔나? 당신들이 거품 물던 기준이면 지금은 피를 토하며 열변할 때가 아닌가? 불과 몇달 전까지 배우, 가수들도 스스로 나서 소신발언 경쟁을 하지 않았나? 당신들이 곡학아세하는 모리배나 약강강약의 소인배가 아니라면 지금 나서라.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가? 지금 나서지 않으려면 영원히 침묵하라. 만만한 세상 왔다 싶으면 정의로운 척 기어나올 생각하지 말고. 2022. 9. 27. 어떤 이야기 유능하고 선한 지도자가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은 지난한 과업이지만 무능하고 악한 지도자가 나라를 망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꽤 괜찮은 학업 역량과 근무 여건을 갖춘 한 학교가 있었다. 학교의 교장은 교사들의 자율성을 믿고 지원했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추진했다. 하지만 그의 후임 교장이 부임한 이후 그가 만들어뒀던 시스템은 급속히 망가져버렸다. 새 교장은 악했고 무능했으며 별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는 자신의 무능함과 악함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자신이 학생과 학교를 위하는 모범 교사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이 바라는 것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교사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으며 그의 지위에서 나오는 한 줌 권위로 구성원들을 누르고 무시했다. 그와 대립했던 사람들은 .. 2022. 8. 29. 해상박명종에서 해상박명초까지 해상박명종부터 해상박명초까지는 육안으로 사물의 윤곽을 구분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딱 그 시간 속에 있다. 박명의 시간을 지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때, 긴 어둠을 벗어나 밝은 아침을 맞이하는 그때는 대체 언제쯤 오는 것일까? 해뜨기 직전의 어둠이 가장 짙다고 하는데 지금이 그 순간일까? 2022. 8. 3. 떡상 아젠다 박지현과 청년 정치에 대하여 민주당 전비대위원장 박지현의 당대표 출마 사태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차근 차근의 미덕이란 완전히 사라져 버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박지현이 N번방 문제 해결 과정에서 했던 역할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가 정치 분야에 있어 제대로 두각을 드러낸 적이 있는가? 그녀를 신데렐라처럼 정치권에 입문시킨 사람들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렇게 데뷔하고 나서 곧바로 야당 개혁의 조타수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그녀도 이해하기 힘들다. 누군가는 몇년, 몇십년에 걸쳐 경험을 쌓고 성과를 낸 후 겨우 이름 몇자를 올리는게 정치권이다. 지금 정치권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름의 경력을 쌓아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한걸음씩 전진 중이다. 대체 박지현은 그들에 비해 뭐가 그렇게 다르고 .. 2022. 7. 11. 내각책임제을 향한 무서운 열망 상식 이하의 지도자가 선출되는데 상당히 기여를 했거나 은근히 그의 당선을 바랐을 정치인 중 민주당 계열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부당함을 어필하기 딱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꿈은 언제나 내각책임제의 달성에 있었다. 옆 나라 일본처럼 지역구를 물려받으며 대대손손 정치인 집안으로써 승승장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완성. 얼마나 가슴이 설레겠는가?(몇 년 전 문희상의 아들이 지역구 세습 논란으로 내홍을 빚기도 했다. 나는 그 사건을 기득권이 시도한 일종의 간보기라고 봤다.) 정치인의 역량과 건전성이 보장되는 나라에서는 대통령 중심제를 하든 의원내각제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계속해서 꽝을 뽑더라도 언젠가는 한번 대단한 리더가 나와 우리나라의 전기를 마련해.. 2022. 6. 23. 불가근 불가원 不可近 不可遠 2022. 4. 12. 이전 1 2 3 4 5 6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