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등산시키려고 찾아갔던 미륵산 용화사. 며칠새 가을색이 많이 깊어져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와이프의 갤럭시 S20울트라로 사진을 찍고 집에와서 컴퓨터로 옮겨봤더니 블로그용으로는 충분할 정도였다. RAW는 안쓰고 그냥 JPEG으로 찍은거라 자체 보정이 과한게 좀 아쉽긴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센서리스에 가까운 핸드폰 카메라가 이정도의 사진을 만들어주는게 신기했다.
음료맛에 실망해서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카페 마노아. 장모님께서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셔서 다녀왔다. (야외 자리에서 컨셉샷, 테이블에 발 안올렸음. 모서리에 살짝 다리만 기댔다가 사진찍고 바로 내림.) 딸기요거트스무디. 나 말고도 들렀던 분들이 대부분 음료맛을 아쉬워하셨는데 주인분들께 피드백이 좀 된 것인지 예전보다 맛이 좋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카페 마노아의 최고 음료는 이것. 미국 노숙자들이 꼭 한병씩 들고다닌다는 마성의 음료 애리조나 그린티 ㅋ
통영의 대표적인 식문화로 알려진 다찌. 진주에는 실비, 마산에는 통술, 통영에는 다찌로 알려진 술을 시키면 안주가 알아서 준비되어 나오는 일종의 코스 요리. 진주 실비는 교방 음식에서 비롯되어 식재료 자체보다 음식 실력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통영의 다찌는 바닷가라는 장점을 백프로 활용한 신선한 식재료가 특장점이다. 마산의 통술의 경우는 둘의 중간점 정도로 알고 있다. 사람들은 통영하면 굴과 다찌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데 둘다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찾아오는 지인들이 이것들을 경험하길 바랄 때 꽤 난감해진다. 굴의 식감과 맛은 나와 상극이고(어릴때 떡국에 들어간 굴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했던) 다찌 또한 해산물 위주의 음식들이 주로 나오기에 비린맛에 민감한 나로서는 좋아할 수가 없다. 그래도 통영..
가을 속의 충렬사. 다른 나무들의 잎은 거의 다 떨어져가는데 은행나무는 아직 완전히 물들지 않아 아쉬운 모습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찾는 사람이 없어 한참을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돌아왔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입장료 1000원을 매번 내야하는게 아쉽지만. (시즌 패스라도 있으면 끊어놓고 싶다. 세병관은 통영시민 무료입장인데 충렬사는 왜 이럴까?) 다음 주 쯤이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것 같으니 점심 시간에 살포시 걸으러 나와야겠다.
오랜만의 니지텐. 요즘 패턴으로 보니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 정도 가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보다는 손님이 줄어들어 고난의 웨이팅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가게 안은 언제나 봄, 벚꽃이 한창이다. 정성을 다해 잘 만들어진 요리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오랜만에 온 단골을 알아보고 니지텐동의 구성에 없는 붕장어튀김을 살포시 얹어주시는 사장님의 마음이 더해져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 바삭거리는 튀김을 한입 베어물면 봄의 감촉이 느껴진다. 통영에 봄날같은 니지텐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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