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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방학식 및 종업식. 학교 공간 재구조화 공사로 인해 1, 2월 모두 등교가 불가능하기에 학사 일정을 영혼까지 끌어 당겨와 12월 30일 종업. 누군가에게는 아무 느낌도 없을, 누군가에게는 꼴도 보기 싫을, 또 누군가에게는 내년에 다시 만나고 싶을.... 복합적인 평가를 받는 선생이겠지만 어쨌든 마지막 날은 그 누구와도 트러블 없이 그저 잘했다 수고했다는 말 만을 건내며 무난하게 마무리 한 듯 하다. 내가 좋아했던 이들도 싫어했던 이들도, 나를 좋아했던 이들도 싫어했던 이들도 모두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길. 방학하면 당분간 에스파체 갈 일도 없을 것 같아서 애써 들러 카페모카에 스콘을 먹었다. 디저트와 음료가 저렴한데다(카페모카 스콘까지 다해서 6500원) 조용한 곳이라 홀로 앉아 글쓰며 위안을 많이 받았던..

성탄 구유 앞에 완벽한 구도를 만들며 앉아계신 (사진을 좀 아시는) 묘르신. 밑에 깔린 거적데기에 앉아 모처럼 따뜻해진 날씨를 즐기고 계셨다.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고 예수님 태어나실 때 거대한 고양이가 수호성수처럼 앉아서 지키고 있었던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며 큭큭거렸다. 동방박사와 수호성묘ㅋ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주신 묘르신께 감사의 츄르를 바치며 내년에도 자주 뵐 수 있길 기원했다.

진짜 달은 다 차지도 못한 채 구름에 가리고 물에 비친 형상마저 이지러져 버리는데 가짜 달은 성안에 내려 앉아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세상에 끝나지 않는 연회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헤어짐이 무서워 오래전에 놓았어야 할 끈을 억지로 잡고 있었던 거다. 한 두 사람의 주도로 근근이 이어지는 모임은 그들이 마음을 놔버리는 순간 끝나는 법. 이제 나도 마음을 내려놔야겠다. 헤어졌다가 만나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삶이니 또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겠지요. 저도 이제 이 아쉬움을 딛고 서서 헤어짐을 받아들이겠어요.

세상엔 아직도 신기한게 너무 많아. 진주에도 통영에도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이 한없이 남아 있을거야. 코냑 한샷이 커피맛을 이렇게 풍부하게 만들어줄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다원에서 술만 마시느라 진주 최고의 카페인걸 잊고 있었다.

동시대인이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하는 자이다. 모든 시대는 그 동시대성을 자각하는 자들에게는 어둡다. 따라서 동시대인이란 이 어둠을 볼 줄 아는자, 현재의 암흑을 펜에 적셔 글을 써내려 갈 수 있는 자이다. 조르조 아감벤

그동안 써본 잉크 중에서 내게 가장 잘 맞는건 파버카스텔 그라폰. 점도도 발색도 적절해서 어떤 만년필에 넣어도 어떤 종이에 써도 부드럽게 써지고 뒷번짐도 거의 없는 편이다. 잉크병도 너무 예쁘고. 헤이즐넛 브라운, 미드나잇 블루, 모스그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들. 올리브 그린도 무척 좋아하는데 어느 사이트에 가도 품절 상태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도남동 한려초등학교 정문 인근에 생긴 신상 텐동집 코카모메. 부산 망미동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다. 부산에 5군데가 있고 외지에 생긴건 통영이 처음인 듯 하다. 유튜브에서도 몇번 봤던 곳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통영에 생겼다고 해서 후다닥 다녀왔다. 보라색을 키컬러로 사용한 외관이 세련됐다. 코카모메(小鴎)는 작은 갈매기라는 뜻. 그래서 프랜차이즈 로고에도 텐동 그릇 위에 갈매기가 젓가락을 물고 앉아 있다. 부산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갈매기를 캐릭터로 사용한 듯. 통영도 갈매기가 많은 곳이니 부산에서 처럼 성업하길 바래본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 그 흔한 장식 하나 조차 없다. 개업 초반부라서 그런건지 컨셉이 그런건지 다른 업장을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좋아보였다. 그동안 가봤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