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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통영여고 CU마트 인근에서 출몰하는 길냥이. 과자에 초코크림 발라놓은 듯한 모습이라 쿠키라고 부르고 있다. 나만 보면 헤드번팅부터 시작하고 보는 프로개냥이. 츄르는 잘 안먹고 만져주는 걸 엄청 좋아한다. 쉬는 시간에 학교 앞에 나가서 이녀석 만지고 노는게 팍팍한 삶에 작은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나의 소유욕은 그 종류와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 않기에 가끔 별 관심도 없었던 옷 같은 것에 꽂히기도 한다. 이번 가을에는 해리스트위드 소재의 자켓에 마음을 뺏겨서 몇주간 고민하고 있었는데 결국 와이프님하께서 질러주셨다. 이런거 입는다고 태가 날 외모도 아니고 그럴 나이도 지나버렸건만 저녁 내내 굴비처럼 보면서 만족하고 있다. 가격표를 보니 눈물이 나지만 의류폐기물의 급증이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는 요즘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는 것은 지구를 위한 일이라는 말도 안되는 당위성을 이번 지름에 부여해본다 ㅋㅋㅋ 당분간 지인들 만날 때 뻔질나게 입고 다닐 예정이므로 볼때마다 잘 어울린다 예쁘다 등등의 착한 거짓말을 해주시길. 다른 메이커에서 나온 해리스트위드 재킷도 있지만 왼팔 소매 부분에 패치를 붙여놓은 건..

몇시간 뒤에는 저기 어디쯤에 서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어야겠구나! 3년 동안 아침마다 교문에 서있었는데 그것도 은근히 스트레스. (2년은 인성부장이라고 매일 생활지도, 올해는 월, 화 교통지도. 그나마 생활지도보다는 교통지도가 나은 듯. 학생들하고 감정 싸움은 안해도 되니까) 매주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제 좀 지친다. 밥먹듯 만나는 무개념 운전자들도 짜증나고. (학교 앞인데도 속도 안줄이고, 불법 유턴에 지도 신호는 안따름. 애들 건널목 지나간다고 멈추라는 신호를 아무리 해도 그냥 갈 길 가는 운전자, 자기 멈추게 했다고 화내기도 하고, 신호 정지선은 대놓고 무시. 대부분은 자기가 세우는 곳이 주차장.) 날이 추우면 추워서, 날이 더우면 더워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힘들다. 역광을 정면으로 맞으며(요즘..

새벽미사 다녀오던 길. 공직자들이 약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마음을 갖고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보편지향기도를 들으며 그런 기도를 하기전에 악한 공직자를 선출하지 않으려 노력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하는 복잡한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파견송을 할 시간이었다. 참으로 답답한 나날들이다. 신의 선악과 인간의 선악이 다르지 않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대부분은 무신론자이겠지. 신과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믿으면서도 저토록 후안무치하게 살 수는 없을테니까. 언젠가는 생의 마지막을 지날 당신들에게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가 주어지길 바란다.

점심시간에 학교 앞 써밋커피하우스에 가서 써밋커피1호(솔티드카라멜커피)를 마셨는데 크림이 엄청 진하고 맛있었다. 무심해보이던 사장님께서 뭔가를 주섬 주섬 계속 챙겨주셔서 엄청 많이 먹었다.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햇살이 통창 안으로 비춰 카페 안이 무척 따듯했다. 멍 때리기 딱 좋았던 30분을 보내고 급식지도 하러 들어갔다. 저녁에는 통영 최고의 이자까야 셰프장에서 우주 최고의 후토마끼를 먹었다. 진진이는 이 맛있는게 싫다고 짜파게티 먹고 집에서 놀겠다고 하더라.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다. 분명히 맥주를 시켰었는데 누가 마셨는지 사라져 버렸다. 도둑 맞은 맥주 대신 잔사케 한잔. 셰프장의 디저트 양갱. 넘나 좋은 것. 진짜 너무 맛있는 것. 백개 정도는 혼자 먹을 수 있는 것. 토요일 아침에는 통영 ..

통영여고 앞 CU마트 인근에서 서식하고 있는 친구. 역주행금지냥이라고 불렀던 쓔(CU를 빨리 읽으면 쓔라서 그렇게 부르고 있음.) 츄르 줄때만 친한 척 하는 프로길냥이. 눈이 보석처럼 예쁜 녀석, 평소에는 아픈듯이 감고 있어서 못나 보인다. 알고 보면 꽤 미묘인데. 볼 때마다 목욕 시키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른다.

고양이 회관의 위용. 옥상에 붙어 있는 스피커들이 너무 귀엽다. 고양이회관이라는 묘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애묘인이자 애서인이며 굿즈 중독자인 내가 어찌 안가볼 수가 있겠는가? 룸펜에 가까운 아저씨 혹은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운영하는 가게를 기대했건만 미모가 출중한 젊은 여성분이 사장님이라는 것을 알고 약간 당황했다.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많은 지역 유명인이신듯. (가게에서 나오다 사장님을 만났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저 노란 입구가 가게의 차밍포인트. 마을 회관을 개조한 거라는데 어찌나 예쁘게 고쳐놨는지. 커피를 한잔 하려고 간 것이었건만 마침 사장님은 안계시고(고양이 밥주러 외출? ㅋ)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대신 가게를 보고 계셨다. 음료가 안된다는 말씀을 듣고 당황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