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부담스러울 것 같아 연휴 시작전에 잠시 들린 진주. 오래 머무르지도 못하고 가는 아들이 사진 한장 찍겠다고 하니 생전 처음보는 하트를 만들어주신 어머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바라보는 마음이 애틋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버지 산소 성묘도 사람이 없는 시간에 조용히 다녀왔다. 진진이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87년의 내 나이. 아버지 산소가 있는 문산묘지는 지금 내 기준에서는 그냥 뒷 동산 정도에 불과하지만 진진이에게는 꽤 난이도 있는 등산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매년 성묘를 다니던 어린 시절의 나도 그 산길이 꽤 가파르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나를 바라봤던 시간의 합보다 내가 내 아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
장대동 놀이터 바로 앞에 있는 오마카세 전문 스시야 진주초밥. 영업한지 2년정도 됐는데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이제야 가봤다. 사전 예약으로만 손님을 받고 다찌식 자리 7석이 최대 수용인원인 듯 하다. (내부에 분리된 공간이 있긴 한데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런치 오마카세 2만원, 디너 오마카세 3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 오마카세 스시를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인데 먹어본 결과 네타의 종류나 선도도 좋았고 초밥의 균형감이 좋아 식사하는 내내 즐거웠다. 셰프님 성격도 유쾌한 것 같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스시를 내 주실때 마다 재료를 말씀해주셨는데 지인들과 너무 즐겁게 대화하며 먹느라 제대로 못들어 하나 하나 기억나지 않는게 아쉽다. 진주에 이렇게 멋..
나는 부엉이를 좋아한다. 정지영상인듯 움직이지 않다가 가끔씩 눈을 깜빡이는 그 모습이 어떤 조류보다 귀여워보인다. 부엉이를 기를 형편은 못되니 부엉이 조형물이라도 하나 갖고 싶었는데 그동안 봐왔던 것들은 하나 같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창원 가로수길 그레이하루스에서 우연히 만난 이 레진 조형물은 색이 칠해지지 않은 미완의 상태 같은 느낌이 맘에 들어 바로 구입해왔다. 만약 여기에 색이 입혀졌다면 촌스러운 다른 조형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다. 완결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물건이었다고 할까. 부엉이는 지혜와 부의 상징이니 이제 나도 좀 지혜롭고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헤겔의 글들 중에서도 꽤 유명한 한줄이다. 평소에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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