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난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밤새 열어두었던 거실 창문 너머에서 가을 내음이 강하게 풍겨왔다. 딱 기분 좋을 정도의 서늘함을 느끼며 9월 초입에 들어섰음을 깨닫는다. 아직 인디언 섬머라고 불리는 여름의 마지막 저항이 남아 있겠지만 시나브로 긴팔옷을 꺼내입다가 추위에 떨며 지나간 여름을 그리워하고 있을테지. 신종플루나 메르스와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오래 지속되는 역병에 지난 몇달이 인생에서 지워져 버린 듯하지만 돌아보면 빨리 감아버리고 싶었던 그 시간들 속에도 나름의 추억,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존재하고 있더라. 허망한 시간의 강 위를 떠내려 가면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바라볼 수는 있는 표지돌이라도 몇개 남겨 놓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사진과 글 덕분이다. 가끔 이 모든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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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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