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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엉이를 좋아한다.

정지영상인듯 움직이지 않다가 가끔씩 눈을 깜빡이는

그 모습이 어떤 조류보다 귀여워보인다.

부엉이를 기를 형편은 못되니 부엉이 조형물이라도 하나 갖고 싶었는데

그동안 봐왔던 것들은 하나 같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창원 가로수길 그레이하루스에서 우연히 만난 이 레진 조형물은

색이 칠해지지 않은 미완의 상태 같은 느낌이 맘에 들어 바로 구입해왔다. 

만약 여기에 색이 입혀졌다면 촌스러운 다른 조형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다. 

완결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물건이었다고 할까. 

부엉이는 지혜와 부의 상징이니 이제 나도 좀 지혜롭고 부유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헤겔의 글들 중에서도 꽤 유명한 한줄이다. 

평소에도 좋아하고 가슴에 담아왔던 문장이지만

요즘 같이 혼란한 시대에는 더 크게 와닿는 것 같다. 

물론 시간적, 물리적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평가해야하겠지만

진모씨처럼 곡학아세하는 소인배들이 넘쳐나는 지금이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가진 지혜의 눈이 필요한 황혼녘이 아닌가 싶다.  

그들 스스로는 자신이 그 부엉이의 현신이라 굳게 믿고 있는 모양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