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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8월 22일 학교 앞뒤 풍경. 전근 올 때부터 공사판이었는데 2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덕분에 주차도 힘들고 1학년이 있는 별관에 수업하러 갈 때는 직선거리로는 몇 발짝 안 되는 곳을 삥 둘러가야 한다. 화요일에는 퐁당퐁당 수업이 3시간 있는데 이 날씨에 본관 별과 왔다 갔다 하려니 수업도 하기 전에 진이 다 빠져버린다. 진주고등학교 재직 시절에도 학교 공사 때문에 고생했었는데 비슷한 일을 두 번이나 경험하다니 이것도 팔자인 건가.
본관 증축 공사로 운동장을 쓸 수 없게 된 탓에, 올해도 토요일에 체육대회를 치르게 됐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20년이 넘는 교직 생활에서 유례가 없는 주말 체육대회를 이 학교에서만 2차례.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믿고 싶다. 비가 온다기에 모자도 하나 준비하지 않은 채 완전 방심하고 등교했건만 (종혁샘에게 빌린) 선크림 따위는 바로 무력하게 만드는 햇볕에 내 피부는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농구와 족구는 당연히 우리가 이길 줄 알았고 나머지 종목에서도 평균 이상은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농구 패배가 현실화되었을 때는 장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았던 피구에 이어 이건 반드시 이기고 만다며 죽을 각오로 달려들었던 족구의 어이없는 몰수패까지.... 하늘이 돕지 않는 듯한 날이었다. ..
학교에서 윤이상 국제 음악당까지 왕복 4.2km의 거리를 걸어가 스쿨콘서트라는 걸 관람하고 왔다. 정말 오랜만에 학년 전체를 인솔해 나간 야외활동.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13세와 15세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대단한 협연을 보여주었다. 저 어린 나이에 어떤 세월, 어떤 수련 과정을 겪었길래 저런 연주가 가능한 것인지. 저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자괴감이 느껴지던 순간 옆에 앉아 있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니 위안이(?) 됐다. 보통 사람에게는 보통 사람의 길이 있는 것이지. 1시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한 여운을 안겨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행사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니 점심시간, 자리에 앉으니 무릎이 시큰거렸다. 매일 같이 만보이상은 걷고 있어 별거 아니라 생각..
통영고등학교 구 본관을 1951년부터 사용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거의 75년. 오랜 시간 통고의 상징이었던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몇 년 전 수능 감독하러 왔을 때 잠시 본걸 제외하곤 올해 한 학기를 보낸 것에 불과한 곳인데 그 사이 정이 들었는지 신본관에서 구본관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정작 통고학생들은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만.). 이미 이 지역을 떠난 졸업생들은 모르겠지만 통영에 살며 학교 근처를 오가는 사람들은 감회가 새로울 듯. 철거 과정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담고 싶었지만 작업 시작하기도 전에 가림막이 서 있었고 이사 후 정신줄을 놓고 있던 사이 이모양이 되어 버려 어쩔 수가 없었다. 구관이 철거되는게 아쉽긴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2024년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여름의 마지막 자락을 잡고 다녀왔던 통영고등학교 하계 역사 답사. 너무 오랜만의 답사 인솔이라 괜찮을까 걱정스럽기만 했는데 막상 떠나보니 나한테 이런 열정이 남아 있었나 싶은 마음이 들어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렇게 서스럼없이 애들이랑 농담따먹기를 하며 돌아다니는게 얼마만인가 싶어 즐겁기도 했고. 역시나 사람은 서있는 곳이 어딘가에 따라 달라지는 법! 사고칠만한 여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착한 애들만 데리고 다녀왔더니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 했다. 물론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뙤약볕 아래서 하루 15000보씩을 걷다보니 온몸이 삐걱거리긴 했지만. 나를 원수 같이 대하던 학생들과 몇년을 살며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는데 통영고로 옮기고 나서 꺾였..
1학기 끝나기 전에 여기서 반 단체 사진 한번 찍어야지 하고 학기 초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방학식 하는 날에야 겨우 성공. 이 착한 녀석들아! 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와중에도 사진 찍힌다고 고생 많았다. 방학 건강하게 잘보내라! 무전동에 우동 판다라는 일식 우동전문점이 생겼다길래 방학식을 기념하여 방문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서 그냥 흔한 캐주얼 일식 프랜차이즈인줄 알고 들렀다. 손님이 많아 실내 사진은 제대로 못찍었다(렌즈도 40mm밖에 안가져 가서). 전형적인 일식당 스타일의 인테리어. ㄴ자로 배열된 다찌 자리10개가 끝 가게가 좁은 편이고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는다. 점심 시간에 좀 늦게 갔는데도 웨이팅이 있었다. 에비텐 우동. 그냥 레토르트 우동에 미리 준비해둔 냉동 새..
남자고등학교의 학생회장 선거는 여전히 뜨거웠다. 간절함과 간절함의 격돌! 꿈을 가지려 하는 이가 적은 세대이기에 가끔 돌연변이처럼 나타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결과에 상관없이 격렬한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 반 반장은 24-25학년도 전교학생회장으로 영전했다. 정치인을 꿈꾸는 그가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 제대로 된 식견을 쌓고 바른 마음을 가진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통고의 얼굴 태영군도 수고하셨네!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통고의 얼굴임은 변함 없으니 그대의 위치에서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시게.
통영고등학교 51기 졸업생 김성한 감독의 영화가 개봉해서 통고 동창회, 동호장학회의 지원으로 단체 관람을 다녀왔다. (관람석 자리가 학생들로 꽉 찼는데 행사 전에 찍어서 좀 비어 있는것 처럼 보인다.) 선배가 만든 영화를 감상하는 뜻깊은 자리가 후배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취지의 행사였고 마침 기말고사가 끝난 날이기도 해서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통고에서 이런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래본다. (허경환, 무신사 대표 이후 통고 최고의 아웃풋인가?) 무전동에 생마차가 오픈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가오픈 기간이라고. 궁금했던 메뉴가 몇개 있어서 방문했다. 가게는 생각보다 넓었지만 좌석은 4인석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단체 모임에는 적..
이번주는 사진을 거의 안 찍었다 싶어서. 잠깐 틈이 난 20분 동안 찍은 사진들.
통영고등학교에 터를 잡고 살던 고등어를 비롯한 길냥이들은 본관 신축 공사로 인해 근무하셨던 선생님들께 입양되서 떠났지만 새로운 길냥이들이 나타나서 내진보강 공사가 한창인 신관 근처에 정착했다. 그중 한마리가 이 녀석, 선생님들은 코 옆의 점 때문에 마돈나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저 위치의 점이라면 마릴린이나 먼로로 부르는게 맞지 않나 싶지만 고양이 유튜버 하하하의 애묘였던 마릴린과 차별성이 생겼으니 오히려 좋아.) 맨날 쓰레기통 뒤지다 후다닥 도망가는 것만 보다가 멀쩡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 접했는데 의외로 미묘다. 사람을 많이 겁내는것 같진 않지만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츄르로 길들여봐야겠다. 집에서 못기르는 고양이 학교에서라도! 그나저나 또 한마리의 통고 길냥이 대길이는 대체 어디서 뭘하길래 이..
이 사진은 2010년 3월 모교인 진주고등학교로 전근 와 첫 야자 감독을 하며 찍었던 사진이다.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어 약간은 싸늘했던 복도, 학기 초 상담에 여념이 없었던 선생님들.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도 달라진 환경에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던 학생들. 그 모든게 엊그제 일 같은데 어느새 14년이 흘렀다. 이제 그 시절 학교는 사라졌다고, 내가 있는 곳은 학교이되 학교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새로 옮긴 학교에는 내가 알던 그 모습들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 고쳐져야 할 것들은 고쳐지고 남아야 할 것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 코로나 시국과 겹쳐진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해 하루하루를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만 하고 살았던 지난 4년은 정말 힘들었다. (이전 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
신축 공사하기 전에 찍어뒀던 진주고등학교 구교사 통영고등학교. 곧 신축 교사가 완공되면 발파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질 곳. 옛 학교는 다 비슷비슷하게 하게 보이지만 진고와 통고 건물은 진짜 많이 닮은 것 같다. 야자감독하며 복도를 돌아다니다 옛 진고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역시 나 같은 꼰대 남교사에게는 남고가 적절. 거대하고 귀여운 멍뭉이 같은 머스마들! 점심시간,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은 눈을 하고 급식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녀석들이 만들어낸 압도적 스케일의 풍경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직 이런 느낌의 학교가 남아 있구나. 좋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