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루시드폴의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앨범을 산 뒤 지금까지 차안에서는 그의 노래만 들었던 것 같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듯한 일상적인 이야기들.... 예전 같으면 그다지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마음이 힘든 요즘은 힘줘 부르는 듯한 노래들 보다는 이런 편안한 목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 알쓸신잡2를 보니 건축가 유현준씨가 루시드폴의 노래를 들으면 '괜찮다. 괜찮다.'하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오래 들었던 앨범을 대신하기 위해 루시드폴의 이전 앨범 '누군가를 위해'를 샀다. 이 앨범 또한 책과 음반으로 이뤄진 패키지인데 루시드폴이 직접 쓴 동화라고 한다. 참 다재다능도 하지. 과학계에서 인정받은 박사, 골수 팬이 많은 싱어송라이터, 제주도에 집짓고 귤 ..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큰 기둥 중 하나이신 박종우 작가님. 개인적으로는 페친이기도 해서 작가님께서 직접 올려주셨던 사진집을 만드는 과정을 세세하게 읽으며 결과물에 대한 기대를 키워갔었다. 그리고 드디어 세상 밖에 나온 사진집을 받아서 펼쳐보니 압도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최고 수준의 사진가 + 최고 수준의 카메라 + 최고수준의 출판사 + 작가의 진심 + 긴 작업 시간을 연금술의 솥단지에 함께 부어 넣으면 어떤 결과물이 만들어지는지를 이 책은 그대로 보여준다. 모자라는 필력으로 길게 끄적이는건 오히려 이 사진들을 모욕하는 일인 것 같다. 그냥 사서 보시라. 한국의 분단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압도적이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처연함을 품은 아름다움이다. 어떤 잡..
다들 삶에 지쳐서 서로와의 만남을 갈구했던.... 만나면 땅 얘기, 주식 얘기 등등은 하지 않는. 오직 카메라, 사진, 즐기는 삶에 대한 얘기만을 하는 키덜트들의 모임. 난생 처음 핫셀블라드를 경험한 수경씨는 사진 동아리 선배같은 두 사람에게 사용법을 배워 한순간에 두롤을 찍어냈고. 모두를 저렇게 겸손한 자세로 임하게 만들었다. 연하게 내린 사이폰 커피와 IPA 맥주로 깊어갔던 저녁 우리는 다시 몇날을 살아갈 수 있을 만한 여유를 찾아 각자의 길을 향해 헤어졌다. 이 힐링 포션같은 모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되도록 긴 시간동안 서로를 배려하며 곁을 지켰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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