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루시드폴의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앨범을 산 뒤
지금까지 차안에서는 그의 노래만 들었던 것 같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듯한 일상적인 이야기들.... 예전 같으면 그다지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마음이 힘든 요즘은 힘줘 부르는 듯한 노래들 보다는 이런 편안한 목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
알쓸신잡2를 보니 건축가 유현준씨가 루시드폴의 노래를 들으면 '괜찮다. 괜찮다.'하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오래 들었던 앨범을 대신하기 위해 루시드폴의 이전 앨범 '누군가를 위해'를 샀다.
이 앨범 또한 책과 음반으로 이뤄진 패키지인데 루시드폴이 직접 쓴 동화라고 한다.
참 다재다능도 하지.
과학계에서 인정받은 박사, 골수 팬이 많은 싱어송라이터, 제주도에 집짓고 귤 재배하는 농부, 그리고 글까지 잘쓰는.
이런 사람들을 르네상스인이라고 부르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면
부럽기 그지없는 부류들이다.
나는 언제쯤 한 분야에서라도 제대로 된 존재로 설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너무 멀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유난스럽게 힘들었던 올 한해....
이렇게 다른 이의 목소리에 위안을 받으며 버티는 내가 참 낯설지만
지금으로써는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가버리기만을 바라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39살. 30대의 마지막 해는 내게 참으로 잔인하기만 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름답게 추억하지는 못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