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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작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민음사 인생일력. 달력을 한장 한장 찢어가는게 좋아서, 날짜마다 새겨져 있는 짧은 문구들이 좋아서 올해도 구매했다. 올해 제품은 가이드 절취선이 덕분에 좀더 쉽게 달력을 찢을 수 있다. 2021년의 마지막 일력을 찢을 때 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별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 장모님이 사주신 경주법주 초특선으로 혼자 달립니다. 일본 고급 사케들 다 버로우 시킨다는 정미율 21%의 한국 청주ㅋ 모두들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오늘 저녁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해는 매일 뜨는 것이니 괜스레 일출보러 가서 고생마시고 늦잠 푹 주무시길 바랄게요.

시간의 무덤을 넘어. 실존하지 않는다면 죽음도 성립하지 않는다. 매순간 시간을 죽이고 묻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맞이하는 극적인 한순간, 하지만 그것은 인식의 한계가 가져온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관념이 서로에게 위안을 준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겠지. 필부필녀에 불과한 우리는 또한번 한 시간의 끝을 매장하며 그 너머에 있는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봉평동 주공아파트 길냥이들은 사람 좋은 할머니들 덕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사진 속의 오토바이는 캣맘 할머니의 남편분 것인데 저 자리가 따듯해서인지 맨날 올라가서 앉아있는다고. 이 동네에 자주 놀러가다 보면 할아버지가 모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달리는 길냥이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달아. 비 내린 다음날이라 하늘이 꽤 청명했고 날씨도 따듯해서 사진 찍기 딱 좋았다. 해가 다 떨어져서 돌아서려는데 눈에 들어온 달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