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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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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보름달 135mm 135mm로 바라본 추석 보름달. 장망원렌즈를 마운트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린 후 각잡고 달사진 찍을만한 열정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추석 보름달이 떠있으니 135mm 핸드헬드로 인증샷 정도는 한장. 아직 핸드폰으로 만족할만큼 귀찮음에 잠식되진 않았다. 사진 찍는데 보다 달보고 소원비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길냥이 - 추석날 만난 길냥이들 사람 비슷하게 생긴 악마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고양이 비슷하게 새긴 천사들에게서 치유받는다. 세상에 고양이보다 못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술과 커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나날 직장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술을 끊을 수가 없다. 술만 쳐마시고 있으면 알콜 중독자가 됐을터인데 커피라는 새로운 마취제가 생겨서 근근히 버텨 나간다. 추석 연휴 내내 모멸감 속에 빠져 있는 중. 그나마 술과 커피를 마시는 순간은 견딜만 하다.
파버카스텔 만년필 온도르 F닙 애용하던 만년필이 사망하셔서 닙이 동일한 온도르를 구매했다. (고성중앙고에서 졸업시킨 제자가 선물했던걸 통영여고 제자가 망가뜨렸다. 이 학교, 역시 나랑 상성이 최악인 곳일지도.) 육각형의 나무 배럴이 너무 맘에 들어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제품인데 전에 쓰던 이모션과 닙이 같은 걸 굳이 살 필요가 있겠나 싶어 미뤄뒀던 터였다. 길이 덜 들어서인지 이모션에 비해 잉크 흐름이 일정하지 않고 같은 F닙임에도 조금 더 굵게 써지긴 하지만 익숙한 필기감이라 나쁘진 않았다. 파지면의 금속 부분이 오목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손가락을 편하게 해 주기에 글을 오래 쓰도 피로도가 덜하다. 나름 인체공학적 디자인인 듯 이모션에 비해 잡는 느낌은 더 낫다. 무난하게 맘에 들지만 굳이 아쉬운 점을 들자면 만년필 캡이 스크류가 아..
口腹寃讐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정말.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학교에서의 나와 그 밖에서의 나를 철저히 분리시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애들과 고슴도치 부모들에게 등신 취급 당하며 사는 모멸감을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엔데믹이 선포된지도 오래되었는데 마스크는 왜 그리 철저히 쓰고 다니냐고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냥 웃음으로 넘기거나 남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얼버무리고 말지만 사실은 기억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빨리 잊혀지고 싶기 때문이다.
Just snap - 개팔자가 상팔자 사람의 삶이 더 나은건지 모르겠다.
주말 - 서피랑국수, 셰프장 후토마끼, 베르크 리무볼렌소, 트레져스커피 에티오피아 시다마 아르베고나 두완초, 꽃무릇이 피는 계절 아들은 새끼발가락 골절로 인해 이 모양. 그래서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주말 내내 집. 나는 평생 깁스 한번 해본 적 없는데 아들은 자기방 선풍기 줄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천둥벌거숭이. 금요일 시험 감독 마치고 점심으로 서피랑 국수. 통영 최고의 가성비 맛집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 전에 3500원하던 국수는 이제 5000원으로 올랐지만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런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드물다. 저녁은 통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자까야 셰프장. 기본찬 두가지 만으로도 생맥 몇잔은 거뜬할 정도. 특히 볶음김치 정말 최고. 처음 시켜본 새우 파스타. 야끼우동 같은 느낌. 간도 좋고 정말 맛있었음. 호텔 셰프 출신이신 사장님은 정말 음식 솜씨가 좋으시다. 뭘 주문해도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식재료에..
추석 시즌 위스키 조니워커블랙 선물세트 올해는 이래저래 지출이 많아서 비싼 위스키는 못하고(사실 위스키에 대한 열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일상 음주용으로 조니워커 블랙 선물세트만 하나 구입했다. 돌고 돌아 조니워커블랙이라는 말이 있듯이 니트든 온더락이든 하이볼이든 어떻게 마셔도 맛있는 녀석이다.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에다 싱글몰트 병에 걸린 초심자들이 많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조니워커를 대표하는 12년 숙성의 균형 잡힌 위스키를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가격도 평범한 직장인이 큰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마지노선 수준이고. 특유의 스모키함 덕에 두툼하게 썰어놓은 광어회, 해산물, 수육 등과 페어링하면 정말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