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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새끼발가락 골절로 인해 이 모양. 그래서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주말 내내 집. 

 

나는 평생 깁스 한번 해본 적 없는데 아들은 자기방 선풍기 줄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천둥벌거숭이.

 

 

 

 

 

 

금요일 시험 감독 마치고 점심으로 서피랑 국수. 통영 최고의 가성비 맛집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 전에 3500원하던 국수는 이제 5000원으로 올랐지만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런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드물다. 

 

 

 

 

저녁은 통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자까야 셰프장. 

 

 

 

 

기본찬 두가지 만으로도 생맥 몇잔은 거뜬할 정도. 특히 볶음김치 정말 최고. 

 

 

 

처음 시켜본 새우 파스타. 야끼우동 같은 느낌. 간도 좋고 정말 맛있었음. 호텔 셰프 출신이신 사장님은 정말 음식 솜씨가 좋으시다. 뭘 주문해도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 식재료에 가격 제한을 걸지 않고 파인다이닝을 운영하시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엄청 궁금하다. 

 

 

 

셰프장 후토마끼야 이젠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수준. 이게 간절히 생각나는 날이 있다. 유명하다는 다른 곳들에서도 먹어봤지만 내게는 이곳 만큼 입에 촥 달라붙는데가 없었다. 거대한 후토마끼를 입에 한가득 넣고 우물거리면 바삭함과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공존하는 식감에 일주일 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날아가버린다. 

 

 

 

돌아오면서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한컵. 진한 우유맛이 좋았다. 이 아이스크림을 항상 싱하목장으로 잘못부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아주 오래전 유행했던 싱하형이라는 밈을 떠올리며 혼자 웃곤 한다. 어쩔 수 없는 구시대 사람이다. 

 

 

 

배럴에이지드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시대. 돈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은 때다. 어메이징 오크배럴이라는 이 맥주는 한캔 9000원으로 편의점 맥주 치곤 상당한 고가. 배럴에이지드 임스라는걸 감안하면 이해되는 가격이다.  그만큼 현실과 타협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요즘 핫하다는 베르크의 원두를 사봤다. 250g에 배송비 포함 가격이 20000원 초반이라 혜자로운 편. 이 리무볼렌소는 초콜렛 늬앙스가 지배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렌지의 상쾌함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는 초콜렛 느낌에 걸려 다른건 아무 것도.... 분명 필터로 내려 마셨는데 라떼같은 기름진 끝맛이 느껴져 의아했다. 

 

 

거창에서 결혼식 사진 부탁하러 오신 팬께서 사주신 트레져스 에티오피아 시다마 아르베고나 두완초. 이거 완전 취향에 딱 들어맞더라. 아주 쥬시한 한잔. 아껴 마시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일요일은 별로 한 일 없이 점심 때 나가서 감자탕 한그릇. 

매장 TV에서 야당 대표 단식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TV 조선 앵커 목소리가 쉴새없이 흘러나오길래 앉아계신 분께 양해를 구하고 아시안 게임 실황 중계하는 곳으로 채널을 돌려버렸다. 밥먹는 내내 그 악마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스 받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앞으로 매장에 채널 A나 TV 조선 틀어놓은 곳은 어떤 맛집이라도 걸러야 되겠다. 벌레가 날개를 바스락거리는 듯 소름끼치는, 영혼을 좀 먹는 그 목소리로 악의에 가득차 배설하듯 토해내는 말의 형태만 가진 것을 들으며 먹는 양식이 몸에 이로울리가 없다. 

 

 

꽃무릇이 피는 계절이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서늘함이 한층 깊어진다. 

 

가을이 완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