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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나는 무엇을 바라보는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지금의 나로 충분하지 않은가? 충분한가?
2017 BUSAN, HOTEL PARADISE -나만 몰랐던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어떤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도.
색을 완전히 배제해버리더라도 빛과 어둠, 흑과 백 사이에 얼마나 풍부한 계조가 숨어있는것인가. 이것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하물며 색의 영역까지야. 한없이 단순한 듯하면서 또 한없이 복잡한.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힘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생각은 한없이 다르다. 그것이 삶의 모습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익숙한 그집앞.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었던, 하지만 이제 열린 문틈 사이로 몰래 살펴봐야 했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살던 집이 생경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시대에 맞지 않지만 시절과는 어울리는 풍경이라고 할까.
공간의 분할. 그리고 통합. 그 과정에서 느낀 어떤 징후. 풍경은 말을 하는데 어제의 나는 그 소리를 해석하지 못했다.
가을의 초입에 선 늦여름, 먼지낀 선풍기의 선선한 바람, 인견이불의 기분 좋은 사각거림, 달달한 추파춥스, 항상 맛있는 베트남 쌀국수, 이날 겪었던 것이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진진이의 무의식 속에 남아 나이가 들고 난 후 언젠가 여름날의 취향으로 드러나겠지. 그냥 그런 생각을 해보니 괜스레 미소가 걸린다.
실제로는 사람이 북적이던 어떤 공간도 사진 속에서 극도로 외로운 침묵의 장으로 변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 이미지는 거짓인가? 때때로 철저히 주관적인 영역에서 활용되곤 하는 사진은 사적인 영역을 다루는 시어(詩語)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애써 누군가의 이해나 공감을 갈구하지 않는다. 바르트의 푼크툼이 공유될 수 없는 개념이었듯 우리 모두의 사진도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 실체이고 어느 것이 허상인지 당시의 나는 알 수 없었다. 삶이 중첩되는 어떤 순간에는 의식이 아득해질 정도로 모호한 유사성이 실체와 반영 간에 형성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