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시작해 진주, 고성을 거쳐 통영까지, 교사가 된 뒤 4 지역에서 근무를 해봤기에 느끼는 건데 각 지역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진주 출신이라서 그런지 나한테 제일 잘맞는 분위기는 역시 진주였다. 남해와 진주는 비슷한 면이 많았는데 남해 지역 학교의 선생님들은 진주에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고를 거쳐 고성에 갔을 때는 그 학교의 문화에 적응하는데 1년이 꼬박 걸렸다. 마산, 창원,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 다양한 지역의 선생님들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통영으로 옮기고 나서도 고성과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면 적응이 가능하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2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학교가 낯설고 힘들다. 코로나 때문에 교사들끼리도 교류가 많지 않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통영 지역의 학교 문화(업무처리 방식, 교사들간의 관계, 학생들의 성향 등)는 내가 다른 지역에서 겪었던, 심지어 가장 많은 지역의 요소가 섞여있던 고성보다도 낯설다. 이 학교에서의 나는 이전 학교까지의 교사 경력 15년이 무색할 만큼 혼란스러운 상태인 것 같다. 남들보기에는 번듯한 경력교사이기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다. 혼자서 악으로 깡으로 견뎌야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안전 인성부장이라는 역할까지 맡고 있으니 공황장애가 오는 게 이상하지도 않은 듯. 오늘도 2년 동안 어떤 교류도 없었던 선생님(동료 교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게도 정말 2년 동안 말 한번 안 섞었다....) 한분이 이해할 수 없는 대화 패턴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해 오후 내내 텁텁한 기분으로 보내다 도망치듯 퇴근을 했다. 뭐 그분 입장에서는 내가 이해 못할 사람이겠지만. 이렇게 다른 이들이 부담스럽고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못하고 있는데 학교 선생일을 하고 있다니 참 길냥이가 비웃을 일이다. 정신적인 교류를 나누는 동료는 단 한명도 없이 고립무원의 대지에 홀로 서있는 듯한 고독함. 교직 생활이 끝날 때까지 겪어야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극복하기 힘든 막막함이 밀려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