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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식(消燈式)

 

우리나라에만 있는 행사....

 

대입에 목을 메는 우리의 입시 제도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3년간 저녁을 환하게 밝혀 왔던 야간자율학습의 불을 끈다는 의미....

 

어제 또 한 기수의 3학년이 3년간의 긴 항해를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수능 뿐....

 

홀가분함과 부담이 교차하는 그 묘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 순간이 추억이 되는 것은 아마 몇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일테지....

 

 

 

 

 

 

마지막 저녁 급식.... 삼년간 지겹게 먹었던 저녁 급식.... 코다리에 울고 웃었던 그 시간도 이제 마지막이다.

 

 

 

 

 

 

급식 지도하느라 일년간 고생한 효상이.... 마지막까지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반긴다. 부디 수능에서 대박이 터지길....

 

 

 

 

 

오후 6시 10분....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미 해는 져서 어둡다.

 

1초라도 빨리 급식을 먹기 위해 급식소로 뛰어내려가던 것도,

 

지겹게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이제는 마지막.

 

 

 

 

 

마지막 야자시간이라고 분위기가 무겁거나 진지하지는 않다.

 

장난치다가 걸려나오는 애들은 이날도 걸려나왔다.

 

그래도 들이미는 사진기에 모두들 함박웃음을 날려준다.

 

자식들.... 수고했다.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이 날, 이 순간 나눈 대화를 저 녀석들은 기억할 수 있을까?

 

 

 

 

 

촛불을 들고 간절한 소망을 기원해본다.

 

내려 앉는 어둠은 이 활기찬 아이들에게도 한순간 진지함의 옷을 입혀준다.

 

 

 

 

소등식을 마치고.... 반 구분없이 카메라 앞에 몰려든 아이들....

 

그 사이에서 웃고 계신 허미경 선생님.

 

아이들의 야자는 끝나지만 선생님의 야자는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이틀 뒤 다가올 수능에 대한 묘한 긴장감.

 

이제는 야자가 끝났다는 홀가분함이 교차하는 저녁....

 

그렇게 진고의 밤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