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처럼 폭설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첫눈이 살짝 흩날렸던 날. 집에 일찍들어와 진진이와 놀아주었습니다. 저녁까지 보충수업 해주느라 와이프는 귀가가 늦습니다. 하루 종일 진진이랑 놀아주느라 할머니는 녹초가 되었네요. 어딘가에 숨는게 좋아지는 나이. 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끼어들고 싶은 본능이 솟아나나 봅니다. 아빠 출퇴근 가방 위에 앉아서는 배시시 웃으며 애교도 부립니다. 이제는 포크도 제법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도구보다는 제 손이 더 편한 원초적인 아강이랍니다. 아빠나 엄마와는 다르게 새콤한 걸 참 좋아하네요. 애써 정리해 놓은 부엌을 다 어지럽히며 놀아도 그저 귀엽기만 한 나이. 나중에는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훌쩍 커버리겠지요^^ 그래서 아빠는 오늘도 그때를 대비해 소소한 기록을 ..
어머님께서 풍금을 가져다 놓으셨다. 어느 섬마을에서 5만원 주고 구해오셨단다. 참 오랜만에 보는 풍금이다. 외국 악기인 오르간을 우리나라에서는 풍금이라 부른다.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의 악기인가? 피아노도 좋지만 역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풍금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칠암동의 집 마루에도 이런 풍금이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 가져다 놓으신 것이었으리라. 주인이 없어진 그 풍금은 마루 구석에서 침묵하다 어느 순간엔가 사라졌지만 내 어린 시절 기억의 풍경 속에는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옛추억에 기대어 바람이 만드는 노래를 잠시 들어본다. 와이프와 진진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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