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고성곱창에 대창구이 먹으러 갔다. 사람들 붐비는 시간을 피해 두시 넘어 들렀더니 아주 널널하고 쾌적한 홀에서 먹을 수 있었다. 마늘양념에 절인 이집 대창은 백화양곱창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다. 오후 일정이 없으니 당당하게 낮술도 한잔 한다. 맥주는 테라와 카스 밖에 없는 집이라 카스를 선택(테라를 선호하지만 평소에 자주 마셨으므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가 있었으면 행복했겠지만. 병을 아무리 예쁘게 리뉴얼해도 카스는 카스, 청량감도, 풍미도 너무 부족하다. 이럴 때 해결책은 플라스크에 챙겨온 생명의 물. 위스키를 살짝 첨가하니 하이볼 느낌으로 변한다. 잔은 테라지만 내용물은 위맥 폭탄. 한잔 시원하게 하고 즐겁게 돌아왔다.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맨날 맥캘란이나 발베니 같은 싱글몰트를 글렌캐런잔에 따르고 향을 음미하면서 홀짝 거리는 건 아니다. 물론 저렴한 라인은 몇만원으로 700ml를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데일리로 한잔씩 할때는 대개 제임슨, 몽키숄더, 코퍼독, 죠니워커 블랙라벨, 잭다니엘, 메이커스 마크 정도를 라인업한다. 얼마 전에 마트에 갔다가 발렌타인의 최하위 라인인 파이니스트 500ml를 만원에 판매하길래 호기심에 사봤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물론 알코올 향이 강하고 피니쉬는 없다고 봐야 하는 수준이지만 부담 없이 마시기엔 나쁘지 않은 위스키였다.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블렌디드도 싱글몰트도 꽤 괜찮은 것들만 마셔봤기에 그것들이 얼마나 좋은 풍미를 가지고 있는지 깨닫..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 러셀 부자가 이름을 걸고 만드는 스몰 배치 버번위스키. 10년 숙성이라는 게 스카치위스키 쪽에서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지만 버번위스키 중에서는 상당히 고숙성이다. 사실 구하고 싶었던 건 러셀 리저브 싱글 배럴이었지만(가격이 비슷해 모두들 싱글 배럴을 추천한다고) 우연히 들렀던 양주 전문 매장에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맘으로 가져왔다. 스카치만 주로 마셔왔기 때문에 버번의 진가는 잘 모르지만 러셀 리저브의 경우는 워낙 좋은 술로 정평이 나있어서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보니 코퍼 독이나 몽키 숄더 같은 술병의 디자인이 러셀 리저브랑 많이 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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