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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자율학습 감독을 하러
남해로 넘어갔다. 아아 광자력 연구소를 닮은 남해제일고여....

오전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점심을 먹고 오후 자율학습 감독을 하러갔다.
(맨날 컵라면 먹는 내 인생... 아아 ㅠ_ㅠ
그래도 오늘은 싸구려 신컵이 아니라 미소라면에 참치마요네즈 삼각 김밥까지
옵션으로 붙었다. ㅡㅅㅡ;;;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
광란상태인 애들(짐승의 자태를 보인다.)을 진정시켜 앉히고
출석 체크하러 돌아다니는데
정모군이 만화책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오호 무려 식객14권(존경합니다 허화백님~그나저나 남해도서관 대출...만화책은 사서보지)
나도 너무 좋아하는 식객이지만.... 나또한 만화인을 자처하는 사람이나
나의 본분은 교사, 정독실은 공부하는 곳...
나는 정군에게 웃음과 함께 가볍게 한마디를 했다.
"자식..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봐야지.."
녀석..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책을 접는 듯 했다.
근데.... 2분후 다른 자리를 한번 돌아보고 오니
버젓이 만화책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호라 이녀석... 내말이 개짖는 소리로 들리는게로구나..."
순간 화가 났지만
교사들의 매뉴얼대로
흥분된 마음을 식히고 냉정한 마음으로 학생을 대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까 보지 말라고 했잖아. 나 출석체크마저 해야하니까
정독실 밖에 나가 있거라"
그렇다. 이 얼마나 FM대로의 처치인가
그 순간 아이를 대했다면
분명 나는 대놓고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을 밖에 보내고 몇분간의
시간을 보냄으로서 화를 삭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분 후 출석체크를 마치고
나는 녀석을 만나러 갔다.
"너 정독실이 뭐하는 곳이니? 아까 내가 그만보라고 했잖아?
니 마음은 알지만 여기는 공부하는 곳이니까 다른 애들 봐서라도
만화책보면 안된다.(나도 만화책 좋아한다구)"
좋은 마음으로 달래서 보내려고 했다.

"저는 한번 시작한거 다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원래 그래요."
 
띠딩~~~

어... 이거 아닌데... 왜 이런 반응이?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다른 애들 생각해서 자제를 해야지
내가 왜 먼 진주에서 여기까지 와서 앉아있니?
정독실에서 네가 만화책보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으려면
내가 감독하는 이유가 뭐야?"

그런데 그녀석의 한마디가 가관이다.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지 마시죠?"
그때의 띠꺼운 표정을 모두들 봤어야 하는데....
(녀석아 내가 널 언제봤다고 감정적으로 대해?
너는 내가 수업도 안들어가는 반인데...
나 너 잘몰라 ㅡ_ㅡ;;;)

잠깐 얘기할 게 아닌 것 같아
진학실에 데려가서 앉히고 상담을 시도했다.

"내가 널 야단치려는게 아니잖아.
거기서 만화책 보지 말라고 한거고.
너는 내 말에 따르기만 했으면 문제 없잖아.
만화책 보지 말라고 했던 내 말이 잘못된거냐?:

띠꺼움의 극을 달리는 표정으로
"그래요. 잘못했어요/ 됐어요?"

어허허허 띵....
정체성의 혼란 느끼네.
"너 정말 미안하다 느껴서 미안하다는 거냐?"

한층더 띠꺼운 표정으로
"네. 저 병원가야 하니까 갈게요."
하고 일어서는 녀석...
이 순간 나는 이성의 놔버리.....ㄹ 뻔 했으나
그냥 녀석을 보내버렸다.
더 얘기하다가는 안들던 매를 댈 것 같아서..

여러 얘기로 교화도 해볼 수 있었겠지만
그냥 GG다.
그 녀석의 표정이 너무 확고하게 자기는 잘못한게
없다였기 때문에...(정확히는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가 맞겠다.)
뭐 내가 걔 담임도 아니고
일 복잡해질까봐 손을 놓긴했지만
기분은 참 씁쓸하다.

그러니까 나는 왜 우리 학년도 아닌 2학년 자율감독을 하러
남들 다노는 방학에 남해까지 가는거야 ㅠ_ㅠ
다 내 잘못이다.
내 일복이 문제인거다.

근데... 나 정말 저런 녀석한테는 평가 받기 싫다....
적절한 개념 탑재 부탁해요.
그러고 나서 교원평가 합시다!!!
아님 교육부장관 너부터 쟤한테 평가 받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