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시험 기간 내내 바쁜 오후를 보냈다.
이 부서, 저 모임 따라(끌려?)다니며
밥 먹고, 차마시고, 저녁엔 부어라 마셔라에 정신줄을 놓고 살았을 정도.
가끔 마음 맞는 선생님들과 1박 2일로 팀워크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다 옛날 얘기.
요즘은 부서별 협의회를 해도 간단하게 밥 먹고 얘기 좀 나누다가 헤어지는 게 일반적이고
이 학교로 옮긴 후엔 제대로된 회식(이라고 쓰고 술판이라고 읽는다.)을 경험해 본적이 별로 없다.
모처럼 학교 근무를 일찍 마친 기말고사 첫날 홀로 안트워프에 가서
아무도 없는 카페 통창 앞자리를 전세 낸 듯 앉아 커피를 마시며
완전히 달라져 버린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니 만족감과 허전함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그때는 시험 기간 오후에 혼자만의 시간 한번 가져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게 이뤄지고 나니 시원함 뒤에 섭섭함이 따라 붙는다.
겪고 있을 당시에는 가끔 부담스럽기도 했던 그 끈끈한 연대감,
끝없이 이어지던 회식 자리가 그리워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오래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카페 내부 온풍기가 고장나서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일찍 집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해질 무렵.
위스키 한잔을 따르고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시간이 나도 딱히 마음 바쳐 해야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무기력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