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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진주 갔다가 오랜만에 서울설렁탕. 가끔 먹으면 이만한 음식도 없다(국물은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같긴 하지만.). 2003년 어느날 친구 박지원군과 처음 가봤던 서울설렁탕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때까지 설렁탕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뽀얀 국물이 주는 그 충만한 느낌은 왜 여태껏 이런 걸 모르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남들은 어머니가 곰탕 끓이면 몇날며칠을 그것만 먹어야해서 힘들었다는 기억을 갖고 있던데 나는 그런걸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곰탕이랑 설렁탕은 다른 음식이지만 당시까지의 내겐 비슷한 이미지의 음식이었다.). 

 

 

서울 설렁탕 식탁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 얼마나 많은 뚝배기들이 저 자리에 놓였을까?

 

 

밥 먹고 시간이 좀 남아서 망경동 은안재에 들렀다. 전에도 한번 썼던 것 같은데 이 집은 갈때마다 예전 외가집 생각이 나서 좋다. 전에는 못봤던 보늬밤이라는 메뉴를 시켜봤는데 참 좋더라. 밤의 속껍질을 까지 않고 졸이면 텁텁한 맛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꽤 달아서 혼자 다섯알을 다 먹기는 좀 버겁고 두개 정도가 적당하다. 그리 달지 않은 식혜랑 같이 먹으니 좋았다. 

 

 

 

집에 와서 스텔라아르투아로 살얼음맥주 만들어 한잔. 날이 추워져도 살얼음맥주는 진리. 이렇게 또 한번의 주말이 소소하게 흘러간다. 다음주도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