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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teacher

생활지도 하다 * 같은 새끼된 이야기

by coinlover 2021. 3. 13.

 

비오는 아침.

 

오늘은 교문이 아니라

 

학교 본관 입구 처마 밑에서 생활지도를 하고 있는데

 

한대의 외제차가 교문을 지나 학교 내로 질주해 들어왔다.

 

인근 교통 상황이 엉망이라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크기에

 

되도록이면 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학생을 내려서

 

걸어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작년부터 부탁드리고 있지만

 

몇몇 학부모들은 절대로 들어주지 않는다.

 

비오는 날 자식이 편하게 등교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하며 그러려니 했는데

 

그 차에서 내리는 학생이 교복을 안입어서

 

처마밑으로 불러 교복을 안입은 이유를 묻고

 

교복 못입을 사유가 합당하다면 담임 선생님께

 

확인증을 발급 받으면 된다는 안내를 했다.

 

(야단을 친 것도 아니다. 요즘은 언성만 조금 높아져도 자기한테 화낸거냐며

 

인권위 소환하려는 듯한 학생들 꽤 자주 접하기에 절대 화내지 않는다.

 

혼내는 것도 그걸 받아들여 변할 여지가 있는 학생들에게나 하는거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볼만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학생의 학부모가 차 속에서 계속 노려보고 있기에

 

그쪽으로 가서 교복을 안입고 왔기에 지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분은 다짜고짜 화를 내다가 학생을 데리고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학부모가 학생을 집으로 데려가는건 내가 막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인사를 하고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차를 돌리며

 

비오는데 교복 안입을 수도 있지 *같은 새끼야

 

하고는 질주해서 교문 밖으로 나가더라.

 

이 상황을 모두 같이 겪고 있었던 그 학생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제 아침의 아름다운 에피소드.

 

항상 상식적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기에

 

세상이 왜이리 혼란스러운가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저런 분들을 현실에서 만나서 현실을 깨닫는다.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