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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Weekend

주말 - 백서냉면, 원할머니보쌈, 맛장우도시락, 성심당튀김소보루, 발뮤다더토스트, 보배반점 짬뽕, 한촌설렁탕, 이디야,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켈리

by coinlover 2024. 9. 22.

 

 

전날 정말 나라 잃은 사람처럼 술을 마셨다(표현은 이리 했지만 실제로는 너무너무 행복한 기분으로 술을 목구멍에다 냅다 들이부었다. 마시자마자 발렌타인이었던 밀턴더프와 탄산감 가득한 생맥주, 그리고 함께 술 마실 이유가 넘쳐나는  사랑하는 동료들의 조합이 이성을 마비시켜 놔서.). 필름이 끊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너무 쓰려서 고생. 이런 날은 특효약이 냉면 밖에 없다. 정신없이 먹다가 생각해 보니 올해 첫 백서냉면. 가게 근처 학교로 전근을 갔는데 예전보다 더 가기 힘들어져 버린 건 왜일까? 

  

 

 

 

 

고기가 너무 너무 먹고 싶었는데(대패 삼겹 너무 좋아) 굽기는 귀찮아서 시킨 원할머니보쌈. 배달 보쌈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깔끔하게 먹긴 이만한 것도 없다. 술 마신 다음 날 운동하면 간에 무리가 간다고 해서(핑계가 아주 좋다.) 이렇게 잘 먹고 행복한 돼지가 되어 그냥 취침. 

 

 

 

 

 

아침에 비가 잠시 그치고 해가 나길래 집 근처 산책을 나갔다. 우산도 없이. 근데 여우비가 흩날렸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서는 이런 날씨를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다. 여우비라는 단어는 중학교 때 처음 들었는데 무척 생경한 표현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비 내리는 것도 참 새침하게 묘사하는구나 싶었다. 머릿속에는 여우비가 쏟아지던 날 비에 젖던 소녀 하나가~~ 하는 가사의 노래가 자동 재생.  

 

 

 

 

사실은 아침으로 먹을게 없어서 세븐일레븐에 맛장우도시락 사러. 며칠 전부터 이게 너무 먹고 싶었더랬다. 별다를 것 없는 흔한 마트도시락. 한솥도시락이든 마트도시락이든 도시락은 사랑입니다. 

 

 

 

 

휘윤이가 대전 갔다오던 길에 사다준 튀김소보루. 몇 년 만의 성심당빵인지. 그 긴 웨이팅을 버티고 이걸 사온 정성이 너무 갸륵해서 울면서 먹었다. 눈물 젖은 빵 ㅎ

 

 

 

점심 무렵부터 빗발이 거세어지더니 저녁까지 쉴새없이 퍼부었다. 부산, 창원, 거제 등 경남 지역 전체가 물난리. 거제 지세포도로 위로 물고기들이 유영하던 동영상을 보고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걱정돼서 지상으로 옮겨 두었다. 

 

 

 

 

 

비 오는 날은 짬뽕이라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틈을 타서 짬뽕배달. 보배반점은 가서 먹는 것보다 배달시켜 먹는 게 훨씬 맛있는 것 같다. 홀에 가서 먹을 때는 맘이 불편해서 뭔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는데 집에서 먹으니 많이 맵지도 않고 꽤 맛있는 짬뽕이었다. 

 

 

 

 

 

 

의외로 진짜 멜론은 먹을 기회가 별로 없는 편. 멜론보다 메로나가 가까운 나의 삶, 그래서 올해 첫 멜론. 달고 맛있었다. 역시 참외 상위 호환.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그쳐 있었다. 무사히 넘어간걸 기뻐하며 드립커피 한잔. 솔직히 잘하는 유명 카페들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가게보다는 나은 나의 드립 결과물. 물론 실력보다는 좋은 원두의 힘이다. 중강배전을 넘어선 원두로 뽑아낸 에스프레소 기반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머리가 아파서 중 약배전의 산미 풍만한 원두를 드립으로만 즐긴다. 집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오직 라떼와 아포가토만을 위한 것. 

 

 

 

 

 

비 그치고 나서부터 갑자기 찬바람이, 하루 사이에 여름에서 가을로 점프해버렸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서 한촌설렁탕. 깊이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국물이라 부담 없이 넘어가서 좋다. 내게 설렁탕은 딱 이 정도가 적당. 

 

 

 

 

 

아이스크림 라떼가 마시고 싶어 이디야. 마음은 최애 카페 올곧이지만 일요일엔 문을 열지 않기에. 성에 차지 않는 걸 먹고 나니 더 간절해지는 올곧 바닐라플로트.  

 

 

 

한 달에 한 번은 꼭 필사하고 있는 너무나 좋아하는 윤동주의 쉽게 쓰인 시. 매번 학교에서 쓰곤 했는데 이번달은 집에서. 

가을에 어울리는 윙크 단감색 잉크.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같은 성씨를 가진 누군가가 이 시를 읽고 그 의미를 곱씹을 수 있을만한 지성과 감성을 갖췄다면 이 나라가 이리 어수선하진 않을테지.

 

 

 

 

검은 신화 오공을 하며 스핀바이크를 달렸는데 세이브포인트가 너무 안나와서 헤매다 보니 어느새 2시간 30분(....). 결국 도중에 포기하고 켈리 한잔으로 주말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