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진주에 갔다 왔다.
명절 전날 친구나 동호회 회원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기에
(가끔 태선이 형과 왕참치에서 보냈던 명절 전날이 하염없이 그리워진다 ㅋㅋㅋ)
집에서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저녁 등의 옛날 만화책을 복습하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다
저녁 무렵 몸이 찌뿌둥해 진진이를 어머니께 맡겨놓고 경남과기대 인근까지 걸어갔다.
경기가 안좋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우리나라 경기 좋았던 적은 나 태어난 이후로 없었던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고 가게들도 비어있는 편이라 명절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과기대 앞에 괜찮은 술집이 있으면 한잔할까 하는 생각으로 근처를 한바퀴 둘러봐도
끌리는 집이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가다가(사실 한군데 있었는데 벌써 선거운동하는 예비후보가 들어가 있어 패스)
진주 남중 근처에서 바틀샵이라는 가게를 발견했다.
언젠가 양태석샘의 포스팅에서 후배가 수입맥주 전문점을 열었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 집이 맞는 것 같긴 했지만 확신이 서진 않았다.
어쨌든 오랜 시간 걸었더니 목이 말라 딱 한잔만 하고 가야지 하고 들어섰다.
가게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부담없이 한잔 하기엔 딱 적당한 정도의 분위기였다.
맥주는 냉장고에서 고르면 되고 안주는 나초, 소세지, 조각 피자 등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지만
가격이 4000원부터 10000원 정도까지 저렴한 편이라 가볍게 마시기에 좋을 것 같았다.
진열된 맥주캔과 병을 보니 내가 아는 맥주가 거의 없더라.
외국 맥주가 이렇게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열된 맥주를 다 팔고 있는건 아니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것만 판매한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아마도 시즌마다 취급하는 맥주를 바꾸는 모양이었다.
상큼한 맥주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아기사슴이 그려진 맥주를 내주셨는데
완전 처음보는 녀석이었다.
집에와서 찾아보니 가펠 소넨 호펜이란 이름으로 독일맥주로 쾰른 지역에 위치한 카펠 베커 양조장에서 제조.
진주, 통영 지역의 마트에서는 본적이 전혀없는데 대도시에는 정식 수입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잔을 순삭에 가까울만큼 빨리 마시고 나니 상큼하고 가벼운 맛이 입가에 맴돌아
한병 더 할까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집에서 난리 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진진이를 어머니께 오래 맡겨 놓는게 효가 아닌듯 하여
애초의 생각대로 딱 한병만 먹고 일어났다 ㅜ_ㅜ
사장님께서 왜 벌써 가시냐고 물어보시기에
원래 목만 축이고 가려고 들어왔다고 말하고 나오는데 많이 아쉽긴 하더라.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들러서 밤비 맥주 딱 3명만 마시고 가고 싶다.
언젠가 다시 가볼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사라지지 말고 자리를 지켜주시길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