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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나 출장 등의 일로) 혼자서 진주에 가야할 일이 있으면

동성로 거리에 있는 아오이의 닭꼬지덮밥이나

그 옆에 있는 톤오우에서 프리미엄 안심가츠를 먹는다.

혼밥하기 딱 좋은 곳이라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맛도 좋다.

오롯이 음식 자체에만 집중하며 먹을 수 있기에

평소에는 몰랐던 미묘한 맛까지 느끼며

대단한 미식가가 된 듯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다.

밥을 먹고도 시간이 남으면 차없는 거리를 통해서

진주시내를 한바퀴 돌다가 교육청까지 걸어간다.

근처에 오래전 폐교된 배영국민학교 건물이 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지였기에 볼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예전에 살던 집이 경남문화예술회관 주차장으로 바껴 사라져 버린 지금

아버지와 관련된 기억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기에

진주만 오면 이곳을 거닐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돌아다니다가 어딘가 앉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카페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유근종 작가님의 사모님이 운영하시던 카페 숲이 있어 맘편히 쉬어갈 수 있었는데

망경동으로 옮긴 이후에는 동선이 애매해져 자주 가지 못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낮 시간대에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 판단이라는 곳에

앉아 팥밀크스무디를 한잔 시키고 움직여야할 시간이 될 때까지 멍을 때린다.

이곳의 팥밀크스무디는 주재료인 팥 자체의 퀄리티가 좀 아쉽지만(팥이 딱딱하게 씹힐때가 자주 있다.)

재료간의 균형감이 꽤 좋아서 따지고 들지 않으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렇게 가끔 혼자다니다 보면 대단히 외로워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때쯤 차를 몰아 집으로 가면 아무것도 아닌,

그저 내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 대단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