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이라는 곳은 이름만 들었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마을이라(유치환 기념관이 있긴 합니다만)
통영에서 8년을 사는 동안 한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는 곳이었어요.
리묘라는 카페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갈 일이 없었을 겁니다.
네비로 검색해보니 죽림에서 25분 정도의 거리라 드라이브 겸해서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점심을 안먹고 갔던 터라 식사할 곳을 검색하니 리묘 바로 옆에
괜찮은 수제버거 집이 있다고 되어 있더라구요.
그곳이 바로 덕둔버거였습니다.
둔덕을 거꾸로 해서 지은 이름인 것 같은데 넉넉한 느낌을 주는게
햄버거도 맛나게 해줄 것 같아서 좋아보였습니다.
카페 리묘의 위치를 확인하고 옆에 있는 덕둔 버거에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넓어 깜짝 놀랐습니다.
점심 시간에 가면 줄을 서야 한다길래 꽤 좁은 곳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왠만한 식당보다 넓어요.
이 정도 규모에 수용이 다 안되서 줄을 설 정도라니
이 외진 동네에서.....
큰 기대를 안하고 갔던 곳인데 갑자기 엄청난 맛집으로 보이더군요 ㅋㅋ
기본 메뉴인 클래식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시켜봤습니다.
비주얼이 참 좋더군요.
맛도 깜짝 놀랄만큼 좋아서 반만 먹으려다 결국 한개를 다먹고
추가로 한개를 더 시켰습니다 ㅋㅋㅋ
이 집의 시그니쳐 햄버거로 보이는 덕둔버거입니다.
비주얼은 클래식 버거에 비해 모자라 보이는데
맛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더블페티에 카라멜화된 양파가 정말 최고....
클래식버거와는 다른 브리오슈 번에 스위스 치즈를 썼다는데
어쨌든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제가 먹어본 수제 버거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
밸런스가 정말 잘 잡힌 맛이었어요.
햄버거와 찰떡 궁합인 밀크쉐이크도 좋았구요.
진짜 너무 만족스럽게 먹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 글 쓴다고 사진 보니까 다시 먹고 싶어지네요.
직원 분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특히 진진이한테 잘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일본풍 인테리어와 수제 구움과자, 그리고 개성있는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카페 리묘입니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인데
인테리어가 정말 좋더군요. 구석구석 어설픈 곳이 한곳도 없었습니다.
노키즈존이라고 해서 바깥 구경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카운터 앞에 있는 쉐어 테이블은
아이도 받는다고 해서 간단하게 음료를 마시고 왔습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건 확실한듯 오후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끊이지를 않더군요.
아이스크림과 아이스말차라떼, 커피를 시켰는데
특히 말차라떼가 참 좋았습니다.
쓴맛과 단맛의 균형이 적절하더군요.
우지 녹차를 직접 우려냈다고 하던데
확실히 싸구려 녹차라떼 분말과는 다른 풍미가 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라고 나온 에스프레소 주전자가 너무 귀여워서 집에 갖고 오고 싶었네요 ㅋ
카페 하나와 식당 하나가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동네에
이렇게 사람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과는 보는 눈이 확실히 다른 것 같네요.
차를 마시고 나와 동네를 살며시 돌아보니 조용해서 살기 좋겠더라구요.
이런데 집을 하나 구해서 조용히 작업이나 하며 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