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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미 "국민이 현명해야 나라가 삽니다"라는 글과 "의원님, 대체 ***당의 진짜 속셈은 무엇입니까"라는 글에서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분들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의원님, 대체 ***당의 진짜 속셈은 무엇입니까"는 원희룡 의원에 대한 공개 질문서였는데, 끝내 대답 안하셨네요. 이 글을 지지해서 메인화면 베스트로 만들어주신 200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메인화면 베스트까지 올라갔으면 원희룡 의원이 못 봤을 리가? 혹시 해외출장이라도?)

"생각하는 국민이어야 나라가 산다", 정말 진리입니다.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정말 서민에 속한다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지지하든가, 서민이 아닌 쪽에 속한다면 말로만 "서민"이라고 우기는 가면을 벗든가.

대한민국에는 두 가지 종류의 서민이 있습니다.

1. 서민이 아닌 것 같은데, 자기는 "서민"이라고 우기는 기득권층들
2. 서민은 맞는데, 자기 처지를 모르고 기득권층을 지지하는 사람들


1. 서민이 아닌 것 같은데, 자기는 "서민"이라고 우기는 기득권층들

주택 공시지가 6억 이상,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 등에 대해서 세금을 중과세하겠다고 하니까, "세금 폭탄"이 서민을 죽인다고 합니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이에 화답하듯, 공시지가 6억 이상을 9억 이상으로 높이고, 세금 부과 기준을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분리"로 바꿔주겠다고 합니다.

아하, 요즘 대한민국 서민은 사는 집이 6억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거네요. 공시지가로 6억 이상이면 실거래가는 10억 정도 된다면서요. 그리고 가족들마다 각자 자기집이 하나씩 있어야 서민이 된다는 거네요. 자, 이제 자기 사는 집이 최소 6억 못되는 분들은 천민이랍니다. 우리 모두 한강에 가서 뛰어내립시다.

이 정부 들어서 부동산 정책의 잦은 시행착오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올랐습니다. 특히 수도 이전 반대로 이른바 "버블 세븐" 부동산 소유자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보았죠. (여기서 또, 강남에도 판자집 사는 사람 많다고 하실 분 분명히 계실 겁니다. 저는 지금 부동산 소유자를 얘기하는 겁니다. 잘 구분해주세요.)

막상 "버블 세븐" 지역에 가보면 "빨갱이 정권" 때문에 서민들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자기들이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서민이라는 겁니까? 집값이 6억은 넘었지만 아직 9억이 못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올려줬으면 "대통령 공덕비"를 세워주는 게 차라리 양심적이네요.

대한민국 봉급생활자의 51%, 자영업자의 49%는 소득세를 안냅니다. (전체 인구가 아니라, 분명히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만 계산한 것인데 이렇습니다. 전체 인구를 따지면 엄청나겠죠.) 왜 소득세를 안내느냐, 소득이 너무 적어서 면제입니다. 이들의 집값도 대개 6억이 안되겠죠. 진짜 서민은 이런 사람들이죠.

2. 서민은 맞는데, 자기 처지를 모르고 기득권층을 지지하는 사람들

집값 하나만을 기준으로 서민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공시지가 6억 이상(실거래가 10억) 주택을 가진 사람들을 서민이라고 보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소득세를 못내는 사람들은 일단 서민이 분명하겠죠? 그리고 그 위로 조금씩 올라가서 소득세를 약간만 내는 사람들까지도 서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서민들이 누구를 지지해야 자기들에게 유리한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세금 올린다"는 말만 들으면, "이놈의 빨갱이 정권"이라고 욕부터 하기 바쁩니다. 주택 공시지가 6억에 세금을 올리든, 9억에 세금을 올리든, 집이 없거나 집값이 6억도 못되는 서민들에게 무슨 상관이 있죠?

1가구 2주택 이상에 세금을 올리든, 1인 2주택 이상에 세금을 올리든, 그게 또 달랑 집 1채 가지고 사는 서민들에게 무슨 피해가 있습니까? 신도시와 재개발에 투자해서 개발이익 얻은 사람들로부터 그 이익을 환수하면, 국가재정이 나아져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합니까?

그러면서도 다주택소유자들의 실태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저런 도둑놈들을 왜 정부는 그냥 놔두고 있냐"고 또 욕합니다. 그런 사람들 규제하겠다고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는 "빨갱이 정책"이라고 욕하면서 말이죠. 스스로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은 못합니다. 어제는 자기가 무슨 말 했는지 기억에 없으니까.

정말 자기 처지가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어떤 정책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비난과 지지를 선택해야죠.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여론을 몰아가는대로, 그저 우우 몰려다니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니까, 정부는 여태 뭐했냐고 욕하면 문제가 해결됩니까? 또 그걸로 이익을 얻는 건 누구입니까?

사실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폭등으로 희희락락인 기득권층, 다주택소유자들을 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집값은 언제 오르나" 기다리고, 집값 떨어진다는 소문만 들리면 부녀회 동원해서 "너 이 가격 이하로 팔면 죽어" 담합하고, 이러면서 동시에 서민 위주 정책을 지지할 수가 없지요.

저는 이미 "국민이 현명해야 나라가 삽니다"라는 글과 "의원님, 대체 ***당의 진짜 속셈은 무엇입니까"라는 글에서 충분히 얘기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국민이어야 나라가 산다", 정말 진리입니다. 당신이 정말 서민이면 서민 정책을 지지하든가, 서민이 아니면 말로만 "서민"이라고 우기는 가면을 벗든가. 위치를 분명하게 하세요.


심하게 공감하는 글이기에 퍼옴.
글 참 논리정연하게 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