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 렌즈들 중 일부는 외장 재질이 스크래치에 너무 취약해서 어쩔 수 없이 스킨을 입혀야 한다. 35-150도 마찬가지. 탐론 35-150을 며칠 사용하다보니 다른 렌즈를 마운트할 일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야간 저조도에서는 F1.2나 1.4의 단렌즈가 가끔 생각날 때도 있었지만 포토샵에 AI 노이즈 리덕션 기능이 업데이트 된 이후에는 그마저도 사라져 버려 진짜 이 렌즈 하나로 모든 상황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 예전에는 촬영 나갈때 광각, 표준, 망원을 챙겼다면 이제는 광각과 35-150이면 충분하니 참 편해졌다 싶다.
오랜만에 들인 고가의 렌즈라 스킨 작업을 했다. 필름카메라, 니콘 DSLR 쓰던 시절에는 렌즈 하나 사면 평생 쓴다는 생각을 했기에 흠집이 좀 나도 그러려니 했는데 소니로 넘어오고 나서는 쓰다가 파는 소모품으로 인식이 바뀌어버려서 판매 가격 생각에 스킨을 씌울 수밖에 없다. (소니 미러리스 초창기에는 타사에 비해 도색이 잘 까지는 편이기도 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고. ) 사진 찍는 도구로 활용하기 보다는 렌즈 자체를 소유한다는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 버린 세상이라 성능에 이상이 없더라도 외관에 흠이 있으면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색 벗겨짐이 자연스런 멋으로 이어지는 필름카메라, 렌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전에 사용했던 A7R4는 빨간색 헥사곤 데칼, 재원이형의 A7R3은 파란색 헥사곤 데칼, 그리고 이번 A1은 녹색 헥사곤 데칼. 이제 스킨 붙이는데는 도사가 된 듯 하다. 이제 발매 10년차에 접어드는 디지털로서는 대단한 노장 카메라.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있으며 고질적인 렌즈 에러가 발생하지 않아 나름 잘 쓰고 있다. 다른 카메라 바디들이 신형의 발매로 팔려나간 것과는 달리 팔아봐야 얼마 되지 않는 중고가격 때문에 끝까지 가져갈 카메라가 되어버렸다. 못난 나무가 숲을 지키는 법, 그래도 동네 마실 나갈 때 이만한 녀석이 없다.
FE 50mm F1.2GM. 지난 6개월 동안 가장 자주 사용했던 렌즈다. 남들은 쉽게 구하지도 못해 안달이 나있는 이 비싼 녀석을 너무 막굴리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어 뒤늦게나마 렌즈 스킨을 입히기로 마음 먹었다. A7R4와 같은 붉은 색으로 하려다가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컨셉을 잡고 파란색 스킨을 택했다. 작업을 끝내고 보니 생각보다 예뻐서 흡족해하고 있다. 조금 시들해졌던 렌즈에 대한 애정이 다시 솟아오른다. 진작 씌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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