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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줄 놓고 산다는게 가장 적당한 표현일 요즘~

학교 옮기고 내가 적응을 못하고 있는데

애들 챙기랴 학년 챙기랴 좌충우돌 중이다~

98년 2월에 졸업하면서 떠났던 진주고등학교에서

2010년 3월 2일부터 교사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고

또한 그 시작이 제일 빡세다는 고3담임인 점은 참.......... ㅠ_ㅠ



진주고등학교 본관 건물은 신축 중이고 지금은 진주 기공의 구 교사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임시거처에서 일년을 지내는만큼 여러가지로 열악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학생 상담을 위해 복도 앞에 책상을 갖다놓고 앉아 있는 우리 선생님들....

아직도 봄은 멀었는지 야자시간의 복도는 썰렁하기만 하다..... 




어쨌든 학기 초다 보니 반 애들 상담을 해야하는데

사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제일 싫어 했던 것이 상담이었던 것이다 ㅡㅡ;;;;

다른 사람 앞에서 완전히 까발려지는 듯한 그 느낌이 정말 싫었더랬다.

우리 집이 사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이 싫었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도 알리기 싫었다.

하지만 학기 초마다 가정환경 조사서를 써내야 했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는 것을 일일이 설명해야했다.

그땐 그게 너무 싫어서 새학기가 오는게 꺼려질 정도였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게.... 내가 이제는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하고

상담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 때의 나처럼 상담하기 싫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가정 환경을 완전히 배제한 채로 학생과 교사라는 인격체로서만 만나고

그들을 대하고 싶다.

하지만 가정이 어려운 학생을 파악해둬야 장학금이라도 한번 더 챙겨 줄 수 있고

또 괜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별수 없이

이 복잡 미묘한 일을 계속해 나간다.

혹시라도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남해제일고에 있을 때 못느꼈던 이런 감정들이

모교인 진고에 와서야 느껴지는 것은

지금의 제자들이 입고 있는 교복에서

10여년 전의 내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의 그 상처 잘입고 날카롭기만 했던 내가

상담하고 있는 내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나는 더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