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셀블라드 907X CFVII 50C + XCD 45mm F4P 일주일 사용 결과.
1.
카메라의 부족한 성능, 후처리의 부담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35mm 판형 미러리스를 사용할 때보다 확실히 찍는 컷수가 줄어들었다. 디지털인데 필름 다루듯 찍게 된다. 디지털에 적응되어 자신도 모르게 많이 찍게되는 촬영 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할만 하다.
2.
카메라의 일반적인 성능 AF, 고감도 성능, 반응 속도 및 기타 편의 기능은 예상했던 대로 절망적인 수준이다. AF는10년전 발매된 소니 RX1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느리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으려 한다면 MF로 덤비는 게 더 편할 정도. 촬영모드는 무조건 메뉴로 들어가서 바꿔야 한다. 기능 할당 버튼도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에 설정을 자주 바꿔가며 쓰는 사진가라면 속 터져서 못쓰지 싶다. 주광 하에서 LCD화면이 안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부분은 불편을 못느꼈다. 생각보다 시인성은 좋아 밝은 대낮 밖에서도 구도 확인은 가능했다.
3.
중형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컴팩트하지만 가볍지는 않다. 가방에 넣고 언제나 휴대하기는 좋으나 무게가 주는 부담감은 각오해야한다. 16비트 RAW 파일이 주는 계조나 색 재현력, 보정관용도는 충분히 좋으나 그것도 화질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A7CR정도의 바디만 해도 만족스러운 화질을 보여주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에서 1%의 차이에 가치를 매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결국 이 바디는 정적인 피사체의 촬영이나 장노출, 스튜디오 촬영에 특화된 것이라고 밖에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없지만 이미 그것도 대체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다. 스냅용 필드카메라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런 용도로 쓰려면 상당한 구력이 필요할 것이다.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올라운드형 카메라가 아니라 잘찍을수 있는 사진 영역이 정해져 있는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4.
범용성과 중형의 이미지 퀄리티를 함께 잡고 싶다면 후지 GFX시리즈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몇 년 전 사용했던 GFX50R이 사용편의성에서는 압도적으로 나았다. 후지 같은 경우는 GFX100 시리즈만 16비트 RAW를 지원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핫셀블라드 바디들이 우월하지만 가격대 성능비로 따지자면.... 심지어 GFX100S 같은 경우는 중고로 생각할 경우 단렌즈 하나를 포함한 가격이 400 언저리다.
5.
이 바디는 핫셀블라드 V 시스템을 사용해 온 전통적인 유저. 그리고 핫셀블라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 정도에게 존재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핫셀블라드 혹은 다른 중형 사진기에 대한 환상은 빨리 버리는 것이 낫다. 중형으로 찍는다고 갑자기 대단한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대하는 화질도 카메라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은 압도적이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다.
6.
그래서 영입한 걸 후회하냐고? 아니 나는 핫셀블라드에 대한 로망이 넘쳐나는 사람이고 이런 성능의 카메라로도 왠만큼 찍어낼 정도로 내공이 충만한(?) 편이다. 내가 카메라에서 중시하는 기능은 오직 이미지 퀄리티 뿐이기 때문에 다른 기능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충분히 사용할만 하다. 무엇보다 아 카메라의 작고 귀여우면서도 기품있는 외관을 보고 있자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여기다 외장 뷰파인더니 컨트롤핸들 등등을 붙이는 순간 그 의미를 상실하겠지만.
7.
대부분의 샘플이미지는 CAMERA RAW PROPHOTO RGB 16비트 모드에서 노출 보정을 했다. 핫셀블라드 전용 프로그램인 포커스(반도카메라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가능)는 소니의 이미징엣지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