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라면 누구나 라이카와 핫셀블라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들어왔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라이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핫셀블라드 디지털 바디는 언제나 워너비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워낙 고가인데다가 내 작업 스타일과는 맞지 않은 시스템이기도 해서
(내 작업 성향에 가장 잘맞는 것은 35mm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사용하고 있는 장비들을 정리하고 핫셀블라드로 넘어가는 것은 무리.
결국 기변이 아니라 기추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천만원대가 넘어가는 장비를 소유욕만으로
가질 수 있을만한 부자는 아니기에)
빌려써본 적은 있어도 소유하진 못했던 핫셀블라드 디지털 바디를 여러 상황이 겹치고 겹쳐 갖게 됐다.
Hasselblad + 907X
CFV II 50C 는 X시리즈의 렌즈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바디 907X와 페어링을 이루며
풀프레임 중형 H시리즈 결과물에는 미치지 못할테지만
기존의 필름 바디와 렌즈인 V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디지털백이다.
무엇보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미치도록 귀여운 중형바디라 성능 따윈 논외로 하고 갖고 싶었다.
(화질을 제외한 AF 등의 스펙만으로 따지자면
소니의 극초기 미러리스 바디인 RX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며칠 사용해보니 소니 카메라의 기계적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으며
더불어 요즘 소니의 렌즈들이 광학적 성능 보다는 디지털 보정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고쳐 깨닫게 되었다.
10년 넘게 방치되어있었던 나의 500CM에 체결해서 찍어보니
샤프한 선과 뛰어난 발색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
하지만 역시 제대로 운용하기엔 너무 힘들다.
릴리즈 같은 소소한 악세사리를 하나 추가하려고 해도 가격이 정말 미친 수준이기 때문.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만들어낼 뿐
소니 처럼 촬영에 필요한 모든 기자재를 다 갖추려는 생각은 빨리 내려놔야할 것 같다.
My dearest wish는 와이프님께서 이뤄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