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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에서 하이브리드 인스턴트 카메라라는 컨셉으로 인스탁스 미니 에보가 정식 발매됐다. 해외 출시는 작년에 이뤄져서 이미 직구로 구매한 사람도 많은 상황. AS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직구로 구매하려다가 존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은 선택이었다. 디지털카메라와 폴라로이드 필름을 사용하는 즉석카메라를 결합한 컨셉으로 비슷한 개념의 카메라는 이미 출시되었으나 후지 인스탁스 미니 필름을 사용한다는 게 중요한 매력이다. 이 카메라에 들어간 CMOS는 1/5 인치로 핸드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것에 비해서도 크기가 작아 디지털 사진 이미지 자체만으로는 활용하기가 애매하다(2560*1920 크기의 파일이 만들어지지만....). 후면 LCD의 경우는 구도와 색감 확인 정도의 용도로 생각해야 한다. 해상도는 기대하지 말 것. 단지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 인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사진을 여러장 출력할 수 있기에 단체 사진을 찍은 경우에 사진을 나누어 갖기가 좋다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인스탁스 미니 에보 앱을 활용하면 핸드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핸드폰 내에 있는 사진을 출력할 수도 있으니 예전에 후지에서 출시됐던 MP300이나 지금 판매하고 있는 인스탁스 스퀘어 같은 폴라로이드 포토 프린터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전면부 렌즈를 돌려서 내장된 렌즈 효과 10가지(노멀, 비네팅, 하프프레임, 이중노출, 미러, 빛번짐, 색분리, 어안블러, 소프트포커스)를 설정할 수 있으며, 바디 왼쪽 상단의 다이얼을 조작하여 10가지의 필름 효과(노멀, 선명, 세피아, 청색, 레트로 등등이고 많은 사람들이 후지하면 기대했을 필름 시뮬레이션은 탑재되어 있지 않다.)를 설정할 수 있다. 두 기능의 조합으로 100가지의 사진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홍보하던데 쓰다 보면 결국 노멀 모드가 최고임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냥 필름 시뮬레이션을 넣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매뉴얼 모드는 탑재되어 있지 않은 자동카메라이지만 셀프타이머, 플래쉬 발광 조절, 노출보정 등의 간단한 기능도 가능하다. AF를 지원하며 초점은 생각보다 빨리 잡는다(매크로 모드가 있다.). 제작사피셜 현존하는 인스탁스 계열 카메라 중 최고 화질의 결과물을 보여준다고 한다.

한국후지필름 배송 담당자들은 상남자 스타일인지 나름 카메라를 배송하면서 박스 안에 완충재도 하나 없이 그냥 넣어서 보냈더라. 구성품은 단출하다. 본체, 스트랩, 충전 케이블, 매뉴얼이 끝이다.


레트로 스타일의 바디. 후지스럽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예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만져보면 무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플라스틱 바디에 무광 은색 도장이라 그냥 장난감 같다. 인스턴스 카메라 대부분이 그러므로 흠은 아니다. 가격 생각하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고.



28mm F2의 스펙을 가진 렌즈는 꽤 커보이지만 실제 렌즈 부는 바늘구멍 크기다. 렌즈캡이라도 하나 넣어줬으면 좋을 텐데 필터를 달수도 없고(접착식은 가능하겠지만) 지문이 잘 뭍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왼쪽으로 인스탁스 미니 필름 배출구가 보이다.



셔터 버튼이 상판에 하나 전면부에 하나씩 총 두 개.


왼쪽 위의 다이얼이 필름효과 설정용이다. 필름 레버 같은 버튼은 쓰여있다시피 프린트용. 레버를 당기면 끼리릭 소리가 나는데 실제 필름 와인딩의 깊이감과는 다르다.


하판 부분의 커버를 열면 재설정버튼, 충전용 USB-B타입포트와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이 있다.


인스탁스 미니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이므로 필름 덮개를 열면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필름도어 잠금 버튼을 당기면 커버가 바로 열리는 게 아니라 직접 열어야 한다. 이게 꽤 불편했다.


삼각대 소켓과 스트랩 걸이 위치가 세로 파지에 맞게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는 어색했다.


사은품으로 함께 보낸 스톤그레이 필름. 새로운 흑백 필름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프레임 부분이 돌 같은 느낌..... 그냥 일반 필름 보내주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출력해봤다. 작은 폴라로이드 필름에서 무슨 해상력을 느끼겠냐만은 결과물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인스탁스 내츄럴 모드와 인스탁스 리치 모드라는 두 개의 인화 옵션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리치 모드가 더 괜찮았다. 미니에보 앱을 다운 받아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인화해봤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1600*600도트인 인쇄 픽셀 수가 핸드폰 사진을 인화할 때는 800*600도트로 줄어든다고 되어 있는데 해상력에서 큰 차이는 못 느꼈다. 인스턴트 카메라인 동시에 포토프린트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이 제품의 가장 큰 경쟁력인 듯하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 갖고 놀면 이해할 수 없는 감성으로 즐거움을 안겨준다. 여태까지 나왔던 인스턴트 카메라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QC 문제는 좀 신경써는게 좋겠다. 필름효과 다이얼 부분의 유격이 너무 심해서 불량판정 받고 반품을 하게 될 듯. 평소라면 그냥 반품하고 환불 받는데 카메라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제품 교환이라는 번거로움을 감수할까 한다. 누군가에게 인스턴트 카메라를 추천하라고 한다면 바로 떠오를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