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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기간이라 모처럼 오후에 시간이 났는데 딱히 할게 없어 고민하다 미륵산 케이블카가 두달만에 재개장한 걸 깨닫고 오랜만에(거의 10년만인듯) 타러 갔다. 통영시민 할인으로 왕복 6000원에 표를 끊으니 통영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오르는 듯 했다. 내 탑승번호가 463번인걸 보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나보다. 소독실에서 세균을 싹 씻어내고 승강장으로 가니 안내 직원 분이 케이블카 같이온 일행들을 하나의 케이블카에 태워 올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혼자 같으니 당연히 하나를 독차지. 이게 왠 개꿀인가 ㅋ 널널한 케이블카 안에서 셀카를 찍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컨셉사진 찍으려고 의자끝에 발 살짝 기댔다가 땠음(의자 더럽히지 않았으니 욕하기 없기.).




오랜만에 타는 케이블카인데다 혼자 타서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이런 호사를 단돈 6000원에 누리다니. 딴데 안가고 케이블카를 선택한게 정말 신의 한수였다.



산 아래에서 볼때도 날씨가 좋아보였지만 케이블카 전망대에 오르니 시정이 정말 미친 수준이었다. 요 몇년간 이런 날을 만나는게 정말 쉽지 않았는데 이건 전적으로 호주에 감사해야하는 것인지 ㅜ_ㅜ


아래를 내려다보니 쉼없이 오르고 있는 케이블카의 행렬이 보였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 몇분 동안 멍 때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오니 옛날에는 없었던 스카이워커도 설치되어 있었다. 두 연인이 한참을 비껴주지 않아 멀리서 눈치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삼각대로 아이폰 세워놓고 사진 수십장 찍어 가시던데 진짜 멋지게 나왔을 듯. 나도 저기 끝에 모델 세워놓고 초광각으로 사진 찍고 싶었더랬다 ㅜ_ㅜ


아래를 보니 아찔하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ㅋ



표정은 죽기 일보 직전이구만. 혼자서 셀카 찍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측은한 눈길을 보냈..... 사진기 큰거 들고 셀카 찍고 있으니 가족, 연인, 단체 관광객들까지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이 많았다. 미륵산 정상에서 졸지에 사진기사 자원봉사를 하게될 줄이야.


전망대에서 숨돌리며 풍경 몇컷 찍고 미륵산 정상으로 향했다. 가을 치고는 날이 많이 더워서 그런지 중간 중간 낙오해 쉬고 계신 어르신들이 많으셨다.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계단이 많아서 땀이 좀 나더라.



예전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미래사 쪽 코스로 등반해 일출을 찍기도 했던 곳에 몇년만에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오니 감회가 정말 새로웠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곳을 이렇게 오랜만에 밟게 될 줄이야.


강구안의 풍경.

통영여고와 도리골 쪽 풍경.


통영대교 방향의 풍경.


영운항 쪽의 풍경.

예전에 미륵산에 올랐을 때는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다가 다시 올라와 그곳을 바라보니 구석 구석 눈길이 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저 풍경 속 곳곳을 직접 발로 밟으며 사진으로 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전체가 많은 천을 기워서 만든 조각보처럼 정겹게 느껴졌던 것이다.



정상에서도 사진 한장 남겨줄 사람이 없어 쓸쓸한 마음을 셀카로 달랬다 ㅜ_ㅜ



정상에서 한시간 가량 보내다 내려가던 길. 날씨가 좋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던 하루.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통영은 윤슬처럼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