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가득했던 날.
갑작스러운 약속으로 멀고 먼 포항으로 향했다.
통영발 포항행 버스에는 나와 기사님 밖에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아포칼립스 그자체였다.
그렇게 심한 미세먼지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던 경주를 그냥 스쳐지나
3시간만에 도착한 포항터미널.
1998년 1월 해병대 복무중이던 형 면회를 위해 버스타고 포항에 왔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게 이 터미널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때였을 것이다.
의료계 종사자들로 이미 백신을 접종을 완료해 코로나 면역력 면에서 우월함을 보이는 분들.
왁지지껄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사람이 거의 없는 곳으로 옮긴 후 꽤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개복치, 고래고기, 군소, 문어숙회, 소라, 성게 플레터.
개복치는 처음 먹어봤는데 그냥 단단한 묵같은 느낌이었고
고래고기는 2005년 남해제일고에서 먹어본 이후 16년만....
역시나 내 입에는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