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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진주사진여행이라는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지역 동호회치고는 꽤 큰 규모였고 매월 2번 정도 추진됐던 정기출사에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40명 넘게 

 

모일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었다(출사에 버스를 대절할 정도였으니 뭐.). 

 

출사 나가면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뒷풀이가서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목을 다졌다.

 

누가 새 카메라, 렌즈를 사면 뽐뿌를 받아 지름의 연쇄가 이어졌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찍기 위해 노력했다.

 

동호회 카페에 올린 사진에 어떤 댓글이 얼마나 달리는지 보며 행복해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2011년에 결혼을 하면서 외부활동이 어려워졌고 사진에 대한 나의 관심은 더더욱 깊어져버렸기에

 

동호회 출사를 다니며 찍는 포인트 출사는 점점 줄어갔다.

 

개인적인 작업 정리와 전시, 출판 등에 집중했고 그런 일과 관련있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는 사이 진주사진여행의 활동은 점차 줄어들어 정기출사도 사라졌고

 

이제는 남은 사람들끼리의 친목모임으로 변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10명 남짓의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챙기거나 가끔 모여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곤 한다.) 

 

언젠가 나는 전대방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내가 관리를 잘못해서 동호회가 침체된건 아닌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사진붐의 쇠퇴와 우리 동호회의 쇠퇴가 시기를 맞물려 있었던 것이지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보긴 힘든 문제였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던게 바로 그 무렵부터였고 SNS가 급속도로 활성화되면서

 

사진동호회의 존재 이유는 점점 사라져 갔다.

 

사진관련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날 정도였기에 동호회 사람들을 통해 접할 필요가 없었고

 

개인 SNS에 올리면 되는 사진을 굳이 동호회 게시판에 공유하지 않게 됐다.

 

사진에 관심을 갖고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작가의 꿈을 갖게 된 사람들은

 

사진 공부에 더욱 정진하며 전문적인 사진 집단을 찾아가기 시작했기에

 

사진 동호회 정도의 활동으로는 그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결국 사진하는 사람들은 점점 정제된 소수로 바뀌어 갔고 

 

나머지는 급격히 관심을 잃고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제 비싼 사진기를 사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그러한 사진기들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사진기 혹은 사진 동호회의 붐은 끝났지만 그로 인해 시작됐던 사진가들의 우울한 전성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짧고 뜨거웠던 그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기라는 하드웨어에만 집중했고

 

이전부터 사진을 찍어온 전문작가들이 사진 저변 확대라는 현상의 이익을 본 것은 미미했다.

 

사진기 브랜드들은 마켓팅을 위해 전문작가들을 모델로 고용하거나

 

그들에게 카메라를 제공하며 사람들이 카메라를 살 수 있게 이끌어주기를 바랬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일반인의 카메라 구매에는 작가들의 영향력보다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유튜버들의 것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니콘, 소니, 캐논 등의 마케팅은 전문작가들로부터 일반인 인플루언서들에게로 완전히 넘어간 상태이다.

 

유명 사진 커뮤니티 브랜드 게시판에서 활동하던 네임드 회원들을 작가라고 부르며

 

그들이 사진기를 소개하고 사진 찍는 방법을 강의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변해버린 카메라 마케팅 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 사진 작가들이 설 자리는 넓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사진작가들이 사진붐에서 덕을 본 것은 사진 강좌의 운영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작가들에게 사진을 배우러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진 이들이었고 

 

전시나 출판 같은 영역에 진출한 이후에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며 스스로 작가가 되어 갔다. 

 

사진 강좌를 통해 그를 따르는 사진집단이라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것은 작가들 중 소수에 불과했다. 

 

사진작가들이 진정으로 바랬던 사진 작품의 구매나 사진집 판매의 활성화는 드라마틱할 정도로 이뤄지지 못했다.

 

일반인들 역시 사진을 산다는 개념을 갖게 되긴 했으나 그들이 지갑을 여는 것은 십만원대 정도의 가격에 불과할 뿐 

 

수십에서 수백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며 사진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작가들에게 원고료를 제공하던 많은 매체들이 사라져 생존 전략을 수정해야할 상황을 맞이 했으며 

 

경력을 쌓길 바라는 아마추어들과 전문 작가들이 경쟁해야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무비용,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쓸 수 있는 아마추어들의 사진은 사진판 전체의 생태를 흔들어놓았다.  

 

확고한 직업 작가들의 영역이었던 웨딩, 행사 사진 등의 영역도 프로추어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잠식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라 커머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이름난 작가들 외에

 

전업작가로 분류되는 이들이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지 걱정될 때가 있다.  

 

지금 카메라라는 기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전업작가, 프로추어, 완고한 취미사진가, 일반 취미 사진가 + 카메라 마니아 정도일거라 생각한다.

 

DSLR 카메라의 전성기와 함께 사진붐에 동참했던 대부분은 그 대열에서 떨어져 나간지 오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카메라가 아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DSLR에서 미러리스로 패러다임이 바뀐 카메라 시장은

 

줄어든 파이를 감당하기 위해 고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므로

 

사진이라는 취미는 더더욱 소수의 (여유있는) 이들의 것으로 변해갈 듯 하다.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필름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한동안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그 기세도 이젠 한풀 꺾인 듯 하다. 

 

사진을 찍어야하는 이유가 확고하지 않은 이상 사람들은 그것으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전시를 하고 모두가 출판을 하지는 않기에 

 

사진 찍는 이들에게 다가올 현자타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던 사진의 여름이 저물어 간다. 

 

이제 사진이란 그냥 일상화된 것. 말하고 글쓰는 것과 같은 하나의 당연한 수단으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소수만을 남긴채.

 

개나 소나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며 한탄을 했던 사람들은 이제 마음이 좀 편해졌을까? 

 

아니면 시간이 갈수록 평범해지는 사진의 위상에 대해 한탄을 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