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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산청 시천면 산불

by coinlover 2025. 3. 22.

 

 

 

산청에 다녀오던 길에 잠시 진주에 들렀다.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시천면의 산불이 다시 번지고 있다는 소식. 이미 거의 잡힌 줄 알았던 불이 또다시 살아났다. 연기와 미세먼지에 가린 태양은 붉게 타올랐고 그 빛은 세상의 끝을 알리는 신호처럼 공포스러웠다. 강원도의 봄불은 익숙한 뉴스였다. 그러나 지리산에서 이토록 큰 불이 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사상자 4명. 그 숫자가 검게 타오르는 산등성이 위에 묵묵히 박혔다. 군대 시절, 2000년 봄. 삼척에서 불길에 고립되었던 기억. 온 소대가 산을 넘어 도망쳤다.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헛구역질을 했다. 그때의 나는 살았다. 지금, 불 속에서 돌아가신 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가만히 두 손을 모은다.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들의 고요한 명복을 빈다. 불이 더는 번지지 않기를, 마지막 나뭇잎 하나까지
살아남기를, 이 나라에, 조금은 맑은 바람이 불어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모든 어수선함 속에서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다. 마음이
점점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