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먹는다는 빵. 이걸 한 조각씩 먹으면서 성탄절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몇년전 정희형이 선물로 보내주기 전까진 슈톨렌이 뭔지도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건지 그 뒤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곳곳에서 슈톨렌 예약을 받는게 눈에 들어왔다. 올해는 편의점 제품도 등장했으니 이제 왠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지도. 슈톨렌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건 강보에 쌓인 아기 예수를 형상화한 마르치판슈톨렌 형태가 일반적이다. 사실 맛이 대단하진 않다(내가 싼것만 먹어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삼삼한 파운드케익에 슈가파우더 뿌려 먹는맛 정도라고 할까. 그래도 빵에 들어가는 건과일울 럼주에 절여서 만든다는 점이 애주가인 내 취향에 잘 맞아 좋다. 진짜 비싼 슈톨렌은 연초부터 재료를 럼주에 절여놓는다고 하니 그 속에 담긴 시간을 먹는다는 각별함은 위스키와 같은 숙성 증류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겠는가. 비상계엄이라는 큰 사건을 겪고 나서 먹는 올해 슈톨렌은 느낌이 특히 남다르다. 혼란스러운 시국이긴 하지만 이런걸 먹으며 연말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만해도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위태롭긴 하지만 일상이 유지된다는 것, 이런 시시콜콜한 글을 쓰며 잉여로울 수 있다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제발 이 사태가 정의롭고 신속하게 해결되서 크리스마스에는 아무 생각없이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